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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의 <십팔사략>[칼럼]안상헌의 좋은 책 이야기

   
▲ <십팔사략>, 고우영
우리가 잘 아는 <초한지>에 등장하는 장량은 유방을 도와서 항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만든 대단한 사람이다. 그가 어린 시절,  하루는 그가 길을 가는데 못생긴 노인이 다리위를 가로막고서는 일부러 신발을 떨어뜨리고는 주워오라고 시켰다. 신발을 주워오자 또 일부러 떨어뜨리며 주워오라고 말했다. 다시 신발을 주워왔더니 이제 신기라고 한다. 황당했지만 노인을 존중하는 마음에 신을 곱게 신겼다. 

그랬더니 이번엔 쓸만한 놈이라며 노인이 며칠 후 새벽에 만나자며 약속을 정하곤 사라져버렸다. 며칠 후 약속 장소에 만나러 갔더니 벌써 도착한 노인이 늦게 나왔다고 다시 약속을 잡고 사라져버렸다. 다음 약속날도 일찍 나갔는데 또 늦게 왔다며 약속을 미루었다. 이렇게 여러번 연기를 하는 중, 이번에는 장량이 아예 작정을 하고 전날부터 약속장소에서 잠을 자며 기다렸다. 새벽이 되자 불쑥 나타난 노인이 선물이라며 책 한권을 던져주고는 사라져버렸다. 

그 선물이란 다름 아닌 한권의 책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책은 유명한 강태공의 저서 <육도삼략>이었다. 그후 장량은 이 책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유방을 도와 항우를 이기고 승상에 오르게 되어 장자방이라는 칭호까지 얻게 된다. 

우리 삶에도 <육도삼략>같은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자면 먼저 장량처럼 삶의 태도가 갖춰져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사람들이 나에게 필요한 책을 가져다 줄 것이고 책을 통해 배우게 될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책을 줘도 소 귀에 경 읽기와 같음이다.  

<십팔사략>은 중국의 유명한 역사서 18권을 종합정리해서 증선지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고우영화백이 만화로 만들어냈다.  그는 십팔사략을 만화로 만들기 위해 실제로 중국현지를 꼼꼼하게 답사했다. 한마디로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사람의 책인 것이다. 

<십팔사략>에는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부터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들은 물론이고 우리가 좋아하는 조조, 유비, 손권의 삼국시대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때문에 초한지나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서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른은 물론 중국역사를 알고 싶은 청소년이 읽어도 손색이 없다. 만화책으로 읽다보니 책장도 잘 넘어간다.

좋은 책에는 저자만의 독특한 냄새가 베이는 법이다. 고우영 화백은 좋은 만화가임을 짐작하게 되는데 그것은 책 속에 그만의 향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 <육도삼략>같은 책을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안상헌  wintermad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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