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2009년 대학교 2년생의 여름방학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시기였다. 맨날 학교를 같이 다니고, 수업도 같이 듣고, 밥도 같이 먹던 든든한 버팀목이자 방패막이였던 내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고 나서 혼자 처음으로 맞는 여름방학이었기 때문이다.

늘 함께였던 탓에, 친구들과의 만남도 연락도 안하던 나는 2달 반 이라는 긴 방학을 어떻게 외롭지 않게 보내야 할지 너무 막막했었다. 더군다나 계절학기를 듣게 되어 친,인척도 없고 같이 학교를 다녔던 유일한 내 동기도 집에 간 상태에서 난 그 해 여름 방학을 혼자 대전이라는 타지에서 혼자 보내게 되었다.

한 일주일 쯤이 흘렀을까? 계절학기를 한 과목만 들었더니 남는 자투리 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난 만날 이도 없었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내성적인 내 성격 탓에 엄두도 안 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강의를 듣고 온 후 내가 하는 것은 늘 웹서핑 이었다. 그런데..문뜩!! 나는 강아지 분양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난 분양사이트를 찾게 되었다. 한 곳을 클릭하여 들어간 나는 무료분양 메뉴를 클릭해서 보았는데.. 역시나 요즘 같은 세상에서 무료분양 하는 이는..적었다. 그리고 그나마 올라와 있는 분양들마저 좁은 자취방에서는 키울 수 없는 빅 사이즈의 .. 강아지보다는 ‘개’라는 말이 더 어울릴만한 녀석들 이었다.

실망감을 뒤로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메뉴 유료분양을 한번 눌러보았다. 역시나.. 누름과 동시에 엄청난 수의 유료분양건의 글들과 사진들이 있었다. 사진 안에 있는 강아지 아가들이 초롱초롱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며 “ 저 좀 데려가 주세요"하는 것만 같았다.

그냥 어떤 강아지들이 있나 궁금증에 눌러본 것이었는데 결국 난 .. 한 강아지에게 꽂히고 말았다. 아직 아가인지라 조그마한 몸에, 갈색털이 반지르르하고, 귀가 얼굴아래까지 축 내려오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그 아이에게 나는 꽂혀버린 것이다. 어떻게 할까? 분양할까? 말까? 어떡하지.. 1시간..3시간..5시간..을 고민한 끝에 나는 분양을 받기로 결심하고 최종 결정을 위해 금전적 여유를 살펴보고자 내 통장 잔액을 살펴보았다.

생활비 30만원에서 그 아이의 몸값?!? 18만원을 지불하면, 난 세금내고, 적게 먹고, 살아야 했지만 더 허리띠를 졸라매면 충당이 될 것 같아서 분양을 받기로 확고히 결정했다. 그리고 분양자에게 전화를 했다. 밝게 받으시는 아저씨 착하신 분에게 분양받는 것 같아서 내심 다행이었다. 그리고 계좌번호를 가르쳐주시면서 계좌이체하면 바로 아이를 분양해주시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하기로 답을 드리고 그렇게 그 예쁜 강아지를 만날 시간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강의가 끝나고 농협으로 향했다. 그런데 왠지 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큰 돈 나가서 그러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나는 ATM에 가서 계좌이체를 하고 분양하시는 분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아이를 애견택배? 같은 걸로 보내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를 맞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예쁜 아이를 보냈다는 전화는 오지 않았다. 1시간이 흐르고 3시간이 흐르도록.. 난 겁이 나서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그분은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수 십 통을 하고 나서야 난...“이게 사기란 건가?” 라는 혼잣말이 나왔다.

결국 그 다음날이 되어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난 오전부터 죽어라 핸드폰으로 그 아저씨와의 통화를 위해 통화버튼을 계속 눌렀다. 1분이 다 가도록 안 받으면 바로 또 걸고 또 걸고 바로바로 계속 그렇게 2~3시간 가량을 끈질기게 걸은 끝에 드디어 아저씨가 전화를 받았고 받자마자 그 아저씨의 말은 ‘바빠서 통화할 시간 없다고 강아지도 아프다고 못 보낸다고 나중에 보낸다’는 말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난 “ 그럼 돈이라도 돌려 주세요”라고 말을 했고 아저씨는 다는 못 돌려주고 반만 돌려준다고 하며 한가해지면 전화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나 역시 전화는 오지 않았고 나는 또 끈질기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으셨다. 결국 나는 참다못해 그 아저씨에게 문자를 한통 띄워 드렸다. “나이 드실 대로 드신 분이 학생을 상대로 이렇게 사기 치셔서 학생들 뼈같은 돈 갈취해 가셔서 살면 삶이 편해지십니까?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하시고 나이값좀 하십쇼 이렇게 사시면 벌 받습니다 더러워서 그 돈 안 받을 테니까 그따위로 살지 마세요” 라고 보냈다.

그 문자에 대해서는 답도 없었고 연락도 없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 아저씨에게 법적인 책임도 묻고 싶었지만 내가 어리석었던 점도 있었기에 그냥 좋은 경험 한번 한 셈으로 치기로 했으며, 이 일로 인해 중도금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고 큰돈은 한 번에 내는 것이 아니라 중도금으로 돈을 조금 먼저 걸고 확실시 됐을 시 남은 잔금을 지불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든 것들을 결정할 때에는 확실한 정보와 함께 신중히 결정해야 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일은 지금도 생각하면 돈이 너무나도 아깝지만 생각이 어리고 어리석었던 내가 앞으로 70~80년을 더 살기 위해서 18만원의 값을 치루고 배운 삶이라고 생각하며 아직도 난 나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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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경아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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