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감없는 실화에 대해 지금부터 말씀드리죠. 모 부끄러운 얘기이긴 합니다만 제 경험담을 한번 적어볼게요. 지금 제 옆에 있는 여자는 학창시절에도 이쁘기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동네 남자들 중 한번 안 쳐다본 이가 없을 정도 였습니다. 그랬던 그 여자가 저한테 왔습니다.

모 딱히 여자들이 빠질만한 매력도 없는 저한테 말이죠. 저는 이 여자를 얻었다는 기쁨보다 그녀를 수많은 늑대의 유혹에서부터 철벽방어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또 찾았습니다. 동네오빠에, 학교 선배에, 교회 오빠까지... 저랑 만나고 있는 순간에도 수도 없는 늑대의 손길들이 뻗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그녀와 커피를 마시던 어느날,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을 뒤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프로젝트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만 분의 일의 확률에 도전한거였지요. 그녀가 자리를 비울 때 마다 경우의 수를 지우고 또 지웠습니다. 이런 열의로 비밀번호를 찾는다면 스위스의 비밀금고의 패스워드도 풀 기세였습니다.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지요. 아마 그런 호기심과 지적 탐구능력으로 공부를 했다면 지금 제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과정을 두 달 동안 되풀이했습니다.

앞자리를 1부터 시작했던 제가 어느덧 5부터 시작되는 4자리 비밀번호를 추적하는 지경까지 이르던 어느 날, 그녀와 조촐하게 닭다리를 뜯으며 맥주를 한잔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그녀가 그날따라 술을 많이 먹더라고요. 그러더니, “야 이 쪼다같은 자식아, 비밀번호 찾을라고 그렇게 용을 쓰더니 이제 찾았냐? 그걸 못찾아? 너랑 나랑 처음 만난 날 이자나......바보같은 놈, 남자다운 줄 알았더니...” 저는 그런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죠.

그러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오면서 마음속으로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녀를 늑대들로부터 지킨다는 것은 제 비겁한 합리화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그녀를 뺏기지 않는법은 내가 더 그녀를 아껴주고 사랑하고,,, 무조건 믿어야 된다는 것을 말이죠. 인기가 많던 그녀를 의심만 했던 저는 정작 그녀와 처음 만난 날 조차도 기억 못하는 바보였으니까요... 며칠 후 만나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사실 너가 남자가 많은 것 같아서 바보같이도 비밀번호 찾을려고 노력했었다고... 미안하다고 말이죠.

그 때 그녀는 “오빠, 그렇게 내가 딴 짓 할 거 같아서 겁이 나면 더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면 되는거야, 앞으로 그런 짓 또 하면 죽을 줄 알아! 모 어차피 비밀번호 바꾸지는 않을거지만.” 이라고 하며 제게 입맞춤을 해주더군요. 그녀의 대범한 모습에 저는 한 없이 작아졌지요.

그 이후 저는 우리 여자만 바라보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힘들어 할 때도 옆에서 곧 잘 될거라며 응원을 해준 그녀 덕택에 직장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올해 말에 결혼할 예정이고요. 연애하시는 남자분들께 제가 주제넘게 한 말씀 올립니다.

지금 옆에 계시는 여자분들은 10의 4제곱보다 훨씬 뚫기 어려운 60억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여러분 옆에서 사랑을 주시는 분들입니다. 자기의 여자를 뺏기지 않고 지금 사랑을 유지하고 싶으시다면 그 비밀번호는 남자분들의 믿음과 그녀를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라는거죠. 이것으로 사소한 비밀번호 때문에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뻔했던 한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얘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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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석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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