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는 결혼할 때 딸 하나 아들 하나, 둘만 낳기로 계획했습니다. 사람 인생이라는게 계획한 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첫째가 딸이었고 둘째가 아들로 딱 저희가 원하던 대로 태어나주더군요. 그래서 남편과 저는 두 아이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보냈습니다.

2009년 12월, 딸은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아들은 군대에 있었습니다. 요 며칠간 입맛이 좋아서 하루 네끼나 먹어서인지 속이 답답하더군요. 딸은 절 보며 소화제라도 먹어 보라는데 제가 평소에 약은 잘 먹지 않아요. 감기 걸려도 약 안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하거든요.

그래서 소화제도 안 먹고 담가놓은 매실에 물 타서 한 잔 마셨죠. 그런데도 답답함은 가시지를 않더군요. 뭐.. 시간 지나면 낫겠거니 하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딸이 여자라면 공감하는 복통 때문에 진통제를 찾고 있더군요. 그러고보니 항상 제가 딸보다 먼저 있는데 날짜가 한참이나 지나쳐 버렸더라구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요 며칠간 속이 답답한것도 있었고 해서 진통제 사러 약국 간다는 딸에게 테스트기를 사오라고 말했습니다.

딸의 해보나마나 아닐 거 뭐하러 테스트 해보냐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사오기는 하겠다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테스트기 사는게 좀 꺼려졌나봐요. 뭐 어쨌든 잠시 후 딸이 사온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테스트기에 두 줄이 그어졌지요. 한 줄은 임신여부, 다른 한 줄은 테스트 종료를 알리는 줄. 네 그렇습니다. 나이 오십 넘어가는 시점에 정말 큰 사고 쳐버린 겁니다.

제 언니들은 벌써부터 폐경이 왔다던데 이 나이 오십에 임신이라니 정말 믿기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딸과 함께 남편 몰래 산부인과를 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5주라는 말과 함께 병원 개원 이후 제가 최고령임산부라며 신기해하더군요. 그리고 몸조심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말했습니다.

▲ 늦둥이 돌잔치인가?

그런데 막상 애를 지우자니 또 그건 못하겠더라구요. 이미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생명인데 지우기는 너무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의 응원속에 낳기를 결심하고 작년 12월에 셋째를 낳았습니다. 첫째, 둘째는 3.1kg, 3.0kg 이었는데 막둥이는 제가 나이가 많아서인지 달수도 열달 다 못 채우고 아들인데도 2.4kg 으로 태어났습니다.

늙은 엄마 만나 모유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지금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아픈 곳 없이 정말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는 우리 승빈이. 보고만 있어도 너무 사랑스럽고 입가에 미소가 걸립니다. 정말 늦은 사고였지만 낳길 잘 한 것 같습니다.

경아, 수야, 빈아, 엄마는 너희 모두를 사랑한단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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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미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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