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에 있을 때 이야기이다.

남자라면 한번은 다녀와야 하는 군대...

경남에서 살던 나는 '그래! 군대는 최전방이지~!'라며 과감하게 102보충대(춘천)에 지원 하게 되고 08년 03월 11일자로 귀한 자식에서 대한민국 진짜 사나이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고된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국토 정중앙'이라는 양구군에 있는 21사단(이름하야 백두산부대~)에 자대를 배치 받아서 본격적인 군 생활을 시작했다. 이야기는 이등병 때의 경솔한 생각으로 빗어진 '사고'로부터 빚어진다.

이등병... 누구나 이등병 때를 떠올리면 긴장해야하고, 눈치봐야하고, 뛰어다녀야하고, 잠도 바른 자세로 자고, 정말이지 상당히 힘겨운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이유로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자랑일지도 모르지만 어렸을 때 촌에서 자라서 농사일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으로 인해 삽질 잘하지, 엄격한?!가정교육으로 예의바르지, 학생회장 출신으로 인간관계 원만하지, 게다가 축구시합에서 역전골만 터뜨리는 바람에 선임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생활했다.

이등병 때 전화도 마음대로 못 할 때도,

"유병장님~저기.. 저..놔..."

"어~ 영훈이~ 마음껏 가따와~ 형이 전화카드 빌려줘?!"

이정도 였으니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그.러.나... 선임들의 사랑이 있어도 그 힘으로 휴가를 만들지는 못했다. 나는 그때 여자친구도 있었을 때고 너무 향수병에 젖어서 휴가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 하던 중, 병과휴가(군복무중 다쳐서 나가는 휴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잠자리에서 간절히 빌었다. ‘내 몸이 다쳐도 좋으니 제발 휴가 나가게 해주세요.’...... 이 작은 소망이 얼마나 큰 폭풍이 되어 나에게 닥쳐질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 다음 날 부대에 축구시합 결승전이 있던 날... 공이 가슴부분까지 떳을 때 내 동기가 발로 공을 차려고 할 때 ‘이때야!’라고 생각한 나는 힘차게 헤딩을 시도했다.

“뻑~!”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난 얼굴을 움켜쥐었고, 사람들은 동기에게 심한 욕설과 “니가 발레리나야? 니가 옹박이야?” 하면서 속칭 신명나게 까였다. 나는 속으로 동기에게 미안했지만 한편으로 쾌재를 부르며 휴가 간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다음날 국군 병원에서 뼈가 부러졌다는 말과 함께 한마디 하신 의무관.

“이거~ 잘못하면 수술해야 할 수도 있고... 시력도... 암튼 밖에서 좀 큰 대학병원 가세요”......

이건 무슨 말이란 말인가?

나는 선임들의 군의관은 돌파리라는 말을 굳게 믿고 돌파리 군의관에게 감사하며 9박10일로 휴가를 나선다. 일단 기분은 최고였다. 엄마, 아빠, 누나, 친구들, 무엇보다 여자친구를 본다는 생각에 고향으로 향하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어둠의 그림자가 나를 계속 따라 오는 줄도 모르고.

예상대로 가족들은 엄청 반겨 주었고 얼른 대학병원부터 가보자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 병원에 가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

“음... 뼈가 심하게 깨졌네요. 수술은 내일 바로 하는 걸로 하죠.”

맙소사! 이건 내가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아니다. 꿈 이라고, 이건 꿈일 거라고, 볼을 세게 당겨보니 상당히 아픈 것이 이건 실제상황이다.

결국 수술 때문에 코에 흉하게 보형물을 대어놓아서 여자친구에게는 연락도 못하고, 의사선생님이 수술은 잘되었지만 혹시나 연골이 내려앉아서 성형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과는 지켜보라고 하셨고, 부모님은 걱정 가득하신 눈으로 결국 복귀하는 날 눈물을 보이시면서 내가 간절히 소망하여 이루어낸 ‘사고’로 인해 내마음은 무겁고 찢어 질것만 같았다.

마음것 놀지도 못한 나는 부대로 복귀하여 선임들의 여자친구와 좋은 시간 보냈냐는 말이 왜 그토록 얄밉고 화가 났을까? 거기다 업친데 겹친격으로 여자친구는 휴가 몰래 나왔다 갔다면서 이별통보까지...... 이영훈 정말이지 제대로 사고 쳤다.

휴가한번 가고자했던 나의 소망은 결국 재앙으로 돌아왔고, 내 인생에서 큰 아픔을 남겼다. 이 ‘사고’를 계기로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는 말을 가슴에 세기며,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감상평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영훈  master@cwin.kr

<저작권자 © 경남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