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곡자>, 박찬철, 공원국, 위즈덤하우스

귀곡선생은 중국의 혼란했던 전국시대에 시대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던 사람이다. 그가 '귀곡'이라는 곳에 은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해서 귀곡선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세상에 나가 큰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르쳤는데 그의 문하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쟁쟁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소진과 장의를 들 수 있고 군사전략가로 '손빈병법'을 쓴 손빈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이런 제자들에게 말하는 법, 군사를 다루는 법, 시대를 읽는 법 등을 가르쳤는데 그 가르침의 진수를 <귀곡자>라는 책에 담아냈다. 덕분에 <귀곡자>는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지침이 되었다.

<귀곡자>는 하나의 큰일을 이루어가는 단계를 설명한 책이다. 특히 일을 수행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해서 마무리할 것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때문에 귀곡자에서는 일을 하는 주체, 즉 나 자신이 남에게 제어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주도권을 쥐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도권을 쥘 수 없으면 일을 시작하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다.

일을 시작할 때 누가 시켜서 하거나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하게 되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오히려 일에 휘둘려 자신의 몸과 마음만 망치기 쉽상이다.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을 주도적으로 준비해두는 것, 이것이 시작에서 가장 중요하다. <귀곡자>는 일을 시작할 때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형세를 읽고 시작한다. 둘째, 결정권자의 마음을 읽고 시작한다. 셋째, 계획이 완전히 섰을 때 시작한다가 그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어떤지를 잘 분석하고, 중요한 결정권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한 후, 스스로 계획이 구체적으로 섰을 때 시작하라는 것이다.

무턱대로 시작만 해놓고 다음은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이 세 가지를 잘 살펴서 스스로 구체적인 준비를 한 후에 덤벼야한다. 이렇게 일을 시작한 후에는 그 일과 관련된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고객의 니즈를 읽으라는 것쯤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면 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해줘야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효과적으로 말하는 법도 배워두어야 한다.

이처럼 <귀곡자>는 일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들을 핵심정리를 해주듯 짚어주고 있다. 족집게 같은 귀곡선생의 과외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듯하다. 총 열 단계로 설명해주는 귀곡선생의 제대로 일하는 법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일을 이루는 열 단계 - 귀곡자

1. 패합(捭闔) : 나아가서는 반드시 이긴다

2. 반응(反應) : 일에 관계된 사람의 진심을 파악한다.

3. 내건(內揵) : 함께할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4. 저희(抵희) : 틈이 작을 때 미리 제거한다.

5. 오합(忤合) : 형세를 살피고 기세를 탄다

6. 췌마(揣摩) : 정보에서 상대를 앞선다.

7. 비겸(飛箝) : 상대를 높여 상대를 제압한다.

8. 권(權) : 말의 힘으로 상황을 주도한다.

9. 모(謀) : 사람을 움직여 일을 성사시킨다.

10. 결(結) : 마지막 결단으로 성과를 얻는다.

안상헌  wintermaden@hanmail.net

<저작권자 © 경남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