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나이…41세
화려한 싱글이라 하기엔 히스테리 작렬 뒤끝 작렬의 민폐 노처녀.
사장님을 제외한 모든 직원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막강파워 경리과장.
7명의 여직원들을 돌아 가며 들들 볶아대는 여직원 최고참.
그런 그녀에게 나는 사고 아닌 사고를 치고 말았고 그 응징의 대가로 조용히 백수의 길을 가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4개월전…
친목 도모와 화합의 건으로 그녀가 뜬금없이 소집한 여직원 회식날.
속이 좋지 않다며 약국 같다 오겠다던 막내를 빼고 모두 중식당 원형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았다. 그녀.. 친히 내 왼쪽 옆자리에 착석 하신다.

''오늘은 사장님께서 허락 하신 자리니까 다들 먹고 싶은 것 있음 맘껏 시켜라~''

우리는 모처럼 화기애애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요리 코스를 시켰다.

''근데 이대리, 미영이는 왜 안 보이노?''

''아~약국 들렀다 바로 온댔는데...제가 전화 한번 해 볼게요''

나는 막내에게 '미영아..어디고? 빨리 온나..주문 다 해 놨다' 전화를 걸었고
막내는 '언니! 약 먹고 나면 속이 괜찮을까 했는데 배도 아프고 오늘 못가겠어요 그냥 집에 갈래요.' '그렇나..그럼 얼른 가서 쉬고 내일 보자'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그녀에게 전화 내용을 전달 했다

''미영이가 속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인데요 오늘 참석 못하겠답니다.'' 하고선 내 핸드폰을 왼쪽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뭐라고? 못 온다고..매일 있는 자리도 아니고 막내가 되가지고는…그리고 못 오면 내한테 보고를 해야지..내 다시 전화 한다''

6명의 여직원들은 일제히 '그녀 또 시작이구나~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그 누가 말리겠소~'라는 서로의 시선을 주고 받으며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나 역시 오른쪽에 앉은 동기와 이야기 하느라 그녀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주위가 쥐 죽은 듯 조용해 졌고 그녀의 손엔 계속 벨소리가 울리는 내 핸드폰이 들려져 있었다.

''어..전화가 왔네..주세요 제가 받을게요..누구지?''

그녀에게 건네 받은 전화에 발신자 표시는... '마..귀..할..마..씨'

헉! 그녀의 전화번호...이게 어떻게 된 일? 왜 옆자리에서 전화질인거야?

''저기..과장님..그게…저기 그게요…'' 도저히 할 말이 생각 나지 않았다.

''야~이대리! 니가 평소에 날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지~진짜 사람 놀래키는 재주있다. 미영이한테 전화 한다는게 니 번호... 참~어의가 없어서...다들 오늘 모임은 없던 걸로 하자. 밥 맛 떨어 져서 내 먼저 일어 난다."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휑하니 가버렸고 옆 동기는 왜 그러는데 뭔데? 내 핸드폰을 건네 받고선 ''헉! 야 이건 완전 대형 사고다..저 성질에 진짜 수습 불가 수준인데..'' ''뭔데..뭔데..'' 모두 돌려 보고선 "헉! 참 솔직하게도 적어놨네요..'' ''큰일날뻔 했다. 나도 얼른 과장님이라고 고쳐 놔야지'' 각각 한마디씩이다.

그렇게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비싼 밥값만 나눠 내고…
내일의 태양이 뜨지 않길 기도 했었으나 자연의 이치는 거스를 수 없는법…
그날 이후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노골적인 복수가 시작되었다.

'이대리부터 팀경비 빨리 갖고와~ 너희팀은 왜이렇게 지출이 많아 버는 것도 없으면서~' '이대리..싫어라하는 사람 매일 매일 봐야 해서 어떻게 하나' ' 하긴 상사 욕하며 다니니 스트레스 받을일은 없겠다' '부장님~이대리한테 핸드폰에 부장님은 뭐라고 저장 되어 있는지 한번 물어 보세요..호호호! ' 등등

하루도 빠짐없이 문장을 바꿔가며 사람 속 뒤짚는 소리를 한 달이 넘도록 하는데 결국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동료들은 '언니..좀 더 참아봐요 시간 지나면 괜찮아 지겠죠..'라고 위로했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걸 우리 모두 잘~안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고 그녀의 열하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착오없이 수리되었다.
사실 사직 사유에 '순수 혈통 마귀 할멈의 무차별 공격에 따른 심신쇠약'이라고 적고 '어이~정과장 당신! 마귀 할멈 맞거든…것도 아주 아주 악랄한…사람들 다 알고 있는 진실이거든~' 용감하게 말한뒤 사표를 던지고 나오고 싶었다.

그러나...그러나 이 시대 불쌍한 직장인들의 완전 소심한 사유 '개.인.사.정' 네 글자 적고 나왔다. 이것이 진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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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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