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8시 30분경,

“알라뷰”

하고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든다. 열어 보나마나 된장국 냄새 풀풀 풍기며,

“춥다요, 오늘도 즐겁게 출발 합시다요 화이팅!”

벌써 일 년 6개월 째 접어 들고 있 지 만 돌쇠 그 사람은 늘 한결 같다.
무슨 내용 인지 훤히 꾀고 있지만 이제 나는 하루도 그의 문자가 날아 오지 않으면 중독증에 시달리 기 시작한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 지 마음이 딴데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닌 지 눈을 감았다 떴다 하루 종일 심드렁하다.
그런 다음 날은 “알라뷰” 소리가 손님처럼 반갑다.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별일 없는거죠?”

“왜? 아무일도 없는데 궁금하면 전화 하지야.”

“ㅎㅎ 그럼 나보고 전화 해라고 일부러 그랬다~아 어장관리~~~ㅋㅋ”

“ㅎㅎ 그래 춥다.”

아직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여자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지만 그의 행동에서 분명 나한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아플까봐 더 가까이 다가 갈 수가 없다며 내 손바닥 감촉이 거친지 부드러운 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쉬는 날은 날보러 오고 싶어도 내가 여자로 보일까봐 못 온다는 그의 말 속에서 이미 나는 그가 많이 아끼는 사람이 되어 버렸음을 안다. 우리 고향 동네 이웃 마을에 살았던 학교 선배이며 내친구의 오빠이기도 한 그 사람은 내겐 뒷동산의 넓다란 바위 언덕이었다 내 쉴의자가 되어 주고 바람 막이가 되어 줬음에도 나는 그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늘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런데 올 겨울 강추위가 몰아 닥치고부터는 내가 걸친 외투 한 벌로는 이 한파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어깨가 시릴 때마다 된장맛 나는 그가 아른거린다.
어느날 갑자기 천재지변으로 인해 그 큰 바위가 떠내려 갔다고 상상을 해 보니 그 움푹 패인 자리를 내 가슴을 흐르는 작은 두 호수가 메울 것 만 같았다.

그가 나를 위해 피웠던 해바라기 목이 아파서 더는 올려다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도 나를 보며 추위에 웅크린 채 피지 못한 봉오리 하나를 발견 했을 것이다. 농담 삼아 자주로 날 보쌈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의 나무 도끼를 좀 도와 줘야 겠다.

“나를 보쌈하고 잡혀 갈까 싶어서 제발로 왔어요. 면회가기 싫어서...... ”

어눌한 표현으로 날 가슴에 달고 다니고 싶다던 그 사람, 그 것은 한 송이 꽃이 었음을 말해 주리라.

며칠 남지 않은 이 달 마지막 주말,
나의 시한 폭탄은 돌쇠 그 사람의 가슴에 별로 떨어 지리라
 

권연옥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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