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방학을 맞아 집에있는 대학생입니다.
한 학기동안 레포트, 시험에 시달리다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려던 것도 잠시,부모님의 날카로운 눈빛과 집안에서 누워 티비만 보는 것도 눈치가 보여 큰 마음 먹고 모든 대학생들이 한번쯤은 시도해본다는 방학 토익성적 올리기를 도전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리저리 학원을 알아보다가 창원의 중심지 정x상가의 한 토익학원에 등록을 하고 현재 열심히 학원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은 바야흐로 몇일 전이었습니다.

나의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담당해주는 엘라스x이 그날따라 보이지 않아, 구석에 쳐박혀 있던 세숫비누를 꺼내 머리를 재빨리 감고 드라이를 한 후, 식탁에 앉았습니다.

펜티엄 5급 듀얼코어 컴퓨터 계산능력을 가진 두뇌로 남은시간과 학원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지만, 밥을 먹는다면 도착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어젯밤에 아버지께서 삶아 놓으신 고구마에 손을 뻗고 말았습니다.

고구마의 옷을 벗기는 것이 부끄럽고 시간 또한 부족하여, 고구마 육회를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는, 전날 밤 준비해둔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가며 호주머니에서 장갑과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였습니다.
완전 무장을 끝낸 후, 버스시간을 확인하고, 역시 듀얼코어를 돌려봤지만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평소 애용하던 전용 자가용인 롯데마x 협찬 누비자를 급하게 시동걸고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창원경륜공단을 지나며 경륜선수가 된듯한 착각에 휩싸이며 질주하던중 시계를 보니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창원 신기록을 세우며 전용 자가용을 주차하고 상가입구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어 거친숨을 내쉬며 도착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장이 풀린 탓인지,갑자기 뱃속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층 한층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이 영겁의 시간 만큼 길게 느껴졌습니다.
급하게 준비한 탓에 화장실을 다녀오지 못한 부주의를 자책했지만 이미 내 뱃속에서 춤추고 있는 고구마들은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가스 방출은 모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달래고 또 달래었지만, 나의 괄약근은 그런 나의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 안에는 혼자 밖에 없었지만,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인 7층을 향해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었고, 거기엔 분명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습니다. 모든 두뇌의 메모리를 사용하여 프로세싱을 거듭한 끝에 찰나의 타이밍에 6층을 누르는 기지를 발휘하였고, 고구마 가스를 뒤로한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예상대로 수많은 학생들이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그들이 최고수준의 화생방 교장으로 담담히 들어가는 것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며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군 시절 잊을 수 없는 화생방 훈련을 창원의 도심 한복판에서 경험한 그 생존자들의 심심한 안녕을 빌며 글 마치겠습니다.
 

구영표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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