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출범한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은 그동안 구제 금융지원 전제 조건인 재정 긴축정책 철회를 요구를 하였으나 유럽연합(EU)측은 현행 조건을 유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 2월 20일 유럽연합(EU)은 유로존 19개국 재무장관들로 구성된 유로회의를 브뤼셀에서 개최하고 2월말로 만기를 맞이하는 그리스 구제 금융지원을 4개월간 연장하는데 합의함으로써 그리스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우려 가능성은 일단 모면한 모양새로 보인다.

그리스 구제금융 시한이 4개월 연장됐다는 소식에 한때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는데 미국 다우지수가 0.86% 올랐으며 영국과 독일지수도 각각 0.38%, 0.44%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 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즉 이번 연장 안은 4개월 동안만 유효하기 때문에 6월말까지 새로운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그리스는 또다시 디폴트의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최대 주주라 할 수 있는 독일은 이번 구제 금융지원 연장에 동의는 하였지만 그리스를 “트로이 목마”라고 공식적으로 논박한 바 있다. 이 의미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어도 유로존의 위기만 초래할 재앙의 “트로이 목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리스는 B.C 12세기경 트로이와 10년이나 계속된 전쟁에서 천애의 요새인 난공불락의 트로이 성안에 그리스 군대가 목마를 제작ㆍ투입하였다. 목마 안에 30여명의 엘리트 장병을 숨겨놓고 철수한 뒤 안에서 성문을 연 뒤 밖에 숨어있던 군사들과 협공하여 트로이 군대를 섬멸하였다. 이로써 트로이라는 도시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세계 전쟁 역사에 그리스 군대의 빛나는 승전으로 남아있지만 이제는 “트로이 목마”가 부메랑이 되어 부끄러운 그리스 역사를 쓰게 될 수도 있다.

유럽연합(EU)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는 긴축재정은 말 그대로 국가의 정부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말이다. 세상에 고통스럽지 않는 구조조정이 있겠는가? 물론 지나친 긴축정책과 구조조정은 민간경제의 위축을 가져오고 국민들의 비정상적 삶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정상적인 삶을 빠른 시간 내 되돌려 줄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하는 것이다. 즉 그리스의 총체적인 금융위기에 공무원의 부정과 부패가 한몫을 한 정부의 방만 운영과 공공시설 투자규모를 축소 등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구제 금융지원 4개월 연장이라는 단기자금 투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 정부와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겠다는 깨달음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1997년 대한민국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계 모두가 살을 도려내는 것 보다 더한 고통을 분담하였고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 “금 모으기 운동” 에 동참했던 사실을 그리스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 그렉시트(Grexit) : 그리스(Greece)와 탈퇴, 탈출을 뜻하는 exit의 합성어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뜻하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그리스가 디폴트에 처하고 유로존이 와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져 전 세계 금융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
 

배회문  kmbhm@np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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