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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 맛은 나를 젊게 한다[칼럼] 김기원 교수의 '차한잔 합시다'

   
 
올해는 설날 연휴가 길어 멀리 사는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찻자리를 갖게 됐다. 흘러간 세월이야기도 어느 때보다 진하다. 어릴 적 보았던 어르신들의 머리도 백발이 됐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도 꼿꼿한 성격은 변함없다.

어릴 적 어른들이 시키는 잔심부름은 탈도 말도 많았다. 풍로에 숯불 붙여 차 달이는 심부름에 짜증스러워 했던 그 때 그 시절의 심부름꾼 아이들이 직장의 지도자급에 이르렀고 한 대를 내려가 손자들 세대까지 모인 차실자리는 10대에서 80대가 웅기종기 앉은 사람 냄새가 넘친다. 

열일곱 살 손자 녀석, 팔십 여살 된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 차실에 모여 소근소근히 나눔 하는 옛이야기가 어느 때 보다 마음도 몸도 따뜻하게 하고 맑은 피부로 발산하는 젊은 체효(體酵)가 신바람을 일으킨다. 그런 틈 사이에 재능 넘치는 손자가 일어나 한 토막 시를 낭송하고 노래를 부른다.
   
어른 아이가 그렇지요/ 하늘은 그냥 거기를 보았지요. 바람도 눈도 별도 나무도 / 모두 존재하지요/ 날날의 의미로 붙인 엽서 / 우리들 가족의 만남입니다. 아니 이 보다/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네요/  오늘 차 한 잔의 나눔 오랜 세월동안 우리들 삶에 가장 젊음의 날입니다
  
삶에 쪼들려 기운을 잃고 말 못할 신세타령. 하염없는 눈물로 텅 비었던 마음을 채우는 작은 위로에 만족한다. 작은 일에 얼굴 붉히고 살았던 고뇌가 가족 간에 만남의 자리로 잃었던 행복을 다시 저축하는 듯하다. 

얽히고 설키는 세상살이,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사이는 먼지에 불과 했지만 살다 보면 다르게 느낀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저마다 다르게 이별한다. 그러나 이별보다 만남이 더 중요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 마음 편하게 만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왠지 만나는 것이 꺼려지고 만나기를 싫은 사람도 있다.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고 멀리 떨어져 살면 될 것 같지만 원수를 피하면 더 악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세상살이에 어찌 마음에 드는 사람만 골라 만날 수 있을까? 

같은 사람이 끓인 차 맛도 다르고 같은 나무 씨앗을 심어도 다른 나무가 생기므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긍정적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 삶은 수학적 공식이나 법칙을 강조하기보다 스스로의 사는 법에 만족해야 함이 우리들 삶이고 바람이 아닐까.

마음이 보이게 가슴을 열자. 사람과 사람간에 대화가 생기면 그 사회가 변한다. 주변이 행복을 스스로 느끼게 한다. 행운만을 쫓다가 불행해 지는 순간이 얼마나 위험한 불행인가. 한탕 노리다가 쪽박차고 한방 노리다 거지로 전락되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혼자 행복을 독차지하기 보다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 가는 것이 진정 행복이고 새시대의 창조다.
 
우리들의 헛된 꿈은 가족들 삶에 극약이 되고, 영원히 가지고 싶은 욕망이 불타지만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들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空手來 空手去)는 것을 명심하자. 가족들이 모일 때 베풂과 나눔으로 즐기자. 평소 관심 두지 않았던 가족끼리의 인간관계도 모임을 통해 잘 풀어야 하고 묻힌 일도 챙겨야 한다.  

차 한 잔 나눔의 삶에 가장 소중한 것은 사회적 지위, 명예, 소유물이 아니라 많은 관심과 성의가 더 중요하다. 가족끼리 모임자리에서 잘난 체, 있는 체, 높은 체는 휴지조각보다 못하다. 가식 없이 마음 열고 살아간다는 것을 배워야 오늘이 아름다운 삶이 되고 아름다운 추억이 젊은 삶을 만든다.


김기원  kkw55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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