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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택시비[뉴스게릴라 가작]

모임이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저는 들떠있었답니다.

옷장을 열어 무슨옷을 입을지 뒤적거리는데, 마땅히 입을만한 옷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옷을 사입기 위해 방값을 주려고 찾아놓은 현금 10만원 수표한장을 챙겨서 약속시간보다 1시간 가량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여기저기 아는 옷집들을 돌아다녔지만,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마음에 드는 옷을 사기란 꽤나 힘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옷은 사지도 못한채 약속시간이 다되어 모임에 나가 사람들과 술도 한잔하면서 그 자리를 즐겼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에,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술은 술술 들어갔고, 새벽2시정도 되서야 그 술자리는 끝이났습니다.

사람들과 헤어지고, 저는 친한 언니가 일하는 바에가서 언니와 한잔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언니랑 술을 마시면서 제 첫사랑이었던 애가 군대 휴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언니에게 듣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제가 많이 좋아한 사람..
즐거운 추억보다는 아픈 추억을 저게에 안겨준 사람..
사건의 시작은 지금부터 였습니다.

저는 꽤 술이 취했고,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언니를 뿌리치고 택시를 탔습니다.
저희집은 팔용동 입니다.

" 아저씨, 중앙동 오거리요.. "

저도 모르게 나온, 제 첫사랑이 군대 가기전까지 지냈던 자취방이 있던 곳.
그 자취방에는 더이상 그가 살고 있지 않다는 걸 저는 알고 있었지만,
저는 중앙동 오거리를 가달라는 말을 하고, 잠들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택시 아저씨가 저를 깨웠고, 저는 겨우 일어나서 창 밖을 보았습니다.
중앙동 오거리였습니다.

저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택시아저씨게 말했습니다.

" 아저씨, 여기는 왜 오신거에요? "

" 아가씨가 여기로 가달라고 했잖소. "

" 아.. 죄송한데, 팔용동으로 가주세요. "

그렇게 저는 또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 후, 저를 깨우는 택시 아저씨..

" 팔용동 다왔소. "

저는 택시 아저씨의 말에, 지갑에서 10만원 수표를 꺼내 택시 아저씨를 드리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 잔돈은 됐어요. "

아침에 일어나 저는, 제 자신을 얼마나 욕했는지 모릅니다.
그 사건으로 저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밖에서는 왠만해선,
술이 잘 취하질 않습니다.

대신,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모든 정신을 놓고 말지요.
여러분들도 택시비로 10만원을 쓴 경험 있으세요?
 

김은혜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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