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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술버릇 고치기 대작전![뉴스게릴라 우수작]

남자친구와 사귄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를 보면 아직도 이유없이 좋고, 함께 있으면 행복함을 느껴요.

그러나 모든 연인들이 그렇듯 우리의 연애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어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는 것은 개와 고양이가 서로 사랑하는 것 만큼 어렵다고 생각해요.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맞춰 가더라도 어느 부분에서는 과속방지턱에 걸리듯 턱 하고 걸리게 마련, 우리의 경우는 술이 그 주범이었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탓에 맥주 한 잔도 잘 마시지 못하고, 음주를 즐기지도 않는편이에요. 그러나 우리 남자친구께서는 어찌나 술을 좋아하시는지 하루걸러 하루 술을 마시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지요.

거기다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인지라,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들이 전부 집에 가는 그 순간까지 '한잔 더!'를 외치는 주당이랍니다.

술 버릇 또한 십수년의 음주 내공이 쌓인 탓인지 다채롭고 화려하답니다. 필름 끊기는 것은 기본이고, 술자리 계산을 비롯하여, 했던 말 또 하기, 화장실 변기 끌어 안고 잠자기, 전봇대와 싸움하기 등등 제 입으로 말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니까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꾸만 반복되는 이런 음주와 술주정을 참은 지 일년 쯤 되었을 때 저는 저를 위해서 또, 남자친구의 건강을 위해서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바로 남자친구의 술을 끊게 만드는 것!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중, 제 머릿속에는 아주 기막힌 계획이 하나 떠올랐지요. 우선은 남자친구와 함께 술한잔 하기로 했어요. 평소에도 제가 술을 안마시는 것을 아는 남자친구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면서도, 함께 술을 먹는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는 술을 거의 먹지 않고 남자 친구에게 술을 먹였지요. 그것도 많이. 그리하여 남자친구는 술이 잔뜩 취해 했던 말을 또 하고, 울고, 소리치다 집으로 돌아습니다.

작전 성공! 이튿날 나는 남자친구의 걸려오는 전화를 한통도 받지않고 저녁때가 되어서야 컬러메일을 남자친구에게 한 통 보냈습니다. 시퍼렇게 멍든 눈이 찍힌 제 사진과 " 헤어지자"라는 단호한 말과 함께.

당연히 남자친구는 술을 아무리 먹어도 여자에게 손찌검을 하는 나쁜남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특단의 조치를 위해 아이섀도우로 눈에 멍을 그려 넣었던 것이지요.

남자친구는 제 문자를 보자마자, 수십통의 전화를 해대기 시작했고, 그것이 스무통 가까이 되었을 때 전화를 받았어요.

저는 받자마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무리 술에 취해도 그렇지 어떻게 날 때릴 수 있냐?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며 초강수를 띠웠습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자기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며, 진짜 자신이 그런 것이라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겠다며 지금 당장 집으로 오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전에는 절대 만나지 않겠다! 라고 말입니다. 남자친구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하고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것이라며 싹싹 빌더군요.

이렇게 제 연기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그 후 남자친구는 3달 동안이나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더군요. 지금의 남자친구는 결국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옛날처럼 막무가내로 마시지 않는답니다. 더불어 저도 남친을 더 사랑하게 됐고요.

“자기야! 자기는 여자에게 손찌검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다 내 연기였어... 미안!”
 

공지영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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