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학과 학생이다. 며칠 전 전공과목 수업시간에 출산율에 관한 이야기가 잠깐 언급되었다. 최근 출산율의 저하로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율 상승을 위해 임산부나 다자녀 가정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더 효과적인 제도를 고심하고 있다. 출산율 상승을 위한 제도에 대한 교수님의 시각은 상당히 독특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여성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혜택을 줄여야 합니다.”

교수님은 출산율의 저하가 일도 하고 살림도 하는 슈퍼맘 때문이라고 했다.

“여자가 집에서 살림을 해야 애도 낳고 돌보고 할 텐데, 일 한다고 밖으로 나가니까 출산율이 당연히 떨어지는 것이지. 예전에는 여자의 사회진출 비율이 적었지만 많은 제도를 통해 여자의 사회진출이 높아지니, 한 예로 초등학교에는 여교사의 비율이 남교사의 비율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요즘에는 골드미스라고 해가지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 여자들이 많다던데, 이게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골드미스가 많으면 어떻게 됩니까?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할 여자들이 결혼을 안 하니까 출산율이 떨어지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 아닙니까”

가만히 들어보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일을 하게 됨으로써 육아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옳은 말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일을 할 수 없게 만들면 출산율이 급상승할까? 출산율이 상승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여성이 남성과 함께 맞벌이를 하는 것은 자녀를 양육함으로써 드는 비용의 부담 때문인 경우가 많다. 맞벌이를 하지 않고 집에서 살림을 한다고 해서 양육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자녀를 더 낳을 이유가 있겠는가.

또한 경제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직업이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한데 출산율을 위해 꿈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여성에게 너무도 가혹한 것 같다. 여성은 자녀를 낳고 양육과 살림만 해야 한다는 것은 여성이 종족 번식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어느 누가 결혼을 하겠다고 자처할까?

사람들은 법이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보수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 법 또한 변화를 한다. 또한 법학자나 법조인도 최근에는 진보적인 경향을 띠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우리 학과 교수님에게 너무도 보수적인 말을 듣고 나니 다른 사람들 또한 ‘여자는 살림만 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휴직이라는 제도가 뻔히 있는데도 여직원이 임신을 하면 퇴사하기를 권유하거나 눈치를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것이 우리나라 슈퍼맘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슈퍼맘으로 살아가는 것은 정말 너무도 힘든 것 같다.

허구헌날 새로운 제도 마련을 위해 머리를 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마련된다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빛을 볼 수 없으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때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유경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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