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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인,,,,[뉴스게릴라 당선작] 가작

오늘도 허겁지겁 달린다.... 또,, 지각이다.
그래도 아가씨땐 나름 옷도 잘입고 풀메이크업 아니면 밖에도 안나갔는데,
출산을 하고부턴, 아침 유축시간 1시간이 날 아줌마로 만들고 있다.

책상에 앉아, 맨먼저 하는일,,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다.

"엄마,,, 아는,,?"

"잘있다,,, 걱정마라,,"

"어제 밤에 잠은 잘 자드나? 또 안자고 잠투정했제?가스나,, 할매말 안듣고 안자면 고마 한차리 때리뿌라"

"때리기는,, 그래도 이쁘다."

난 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새끼를.. 눈에 넣을수만 있다면, 넣고 다니고 싶은 내 새끼를 때리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인줄 알지만, 여태 고생하며 시집보낸 딸이 다시 엄마한테 짐을 지워주는게 아닌가 싶어, 맘에도 없는 모진 말로 엄마를 위로한다.

한동안 괜찮은줄 알았는데, 또 아침부터 눈이 뜨끈해지며, 눈물이 난다. 핸드폰 바탕화면에 방실 웃고 있는 우리 딸을 보니 또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나는건,, 나도,,, 엄마이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프고 손마디가 쑤시고, 주부습진으로 손바닥이 너덜너덜 해지도록 아기빨래를 하더라도, 딸이 얼른 돈을 벌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친구들과의 계모임도 아빠와의 부부동반 나들이도 모두 포기한 우리엄마처럼,, 나도 자식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후닥닥 밥을 먹고, 남들은 커피 한잔 할때, 나는 유축기를 들고 사무실 한쪽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이동식 칠판으로 대충 가리고서 벽을 보고 앉아 땡글땡글 뭉친 젖을 기계로 쭉쭉 뽑아 낸다. 아기가 빨아야 할것을 억지로 기계로 뽑아내니 살이 찢어져서 피가 나지만,, 그렇다고 모유를 끊을 수 없다.

내가 우리 딸에게 해줄수 있는건 몸에 좋다는 모유라도 많이 짜서 주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1시간의 점심시간에, 40분을 유축을 하면, 칠판뒤에서 이야기하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끼어들수도 잠시 쉬어가는 차도 한잔 못할 정도로 빡빡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엄마니까,, 아무탈없이 잘 크고 있는게, 살도 별로 찌지않고 단단하게 자라고 있는게, 다 내가 공들여 짜주는 모유 덕분이라고 위로하며 압축에 찢어지는 유두에 연고를 바르는 것으로 나의 점심시간은 끝이났다.

퇴근시간,,

오늘도,, 1시간째 고민중이다.
우리 딸한테 가볼까? 아니,, 그냥 집으로 갈까? 엊그제 퇴근후 아기가 보고싶어 친정에 들렀다가, 새벽에서야 집으로 돌아와서, 그 다음날 회사에서 내내 꾸벅꾸벅 조느라 일을 하나도 못했는데, 오늘도 고민이 된다. 아까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오늘은 손녀가 이유식을 너무도 잘 먹는다며, 한숟갈 한숟갈 받아먹는게 그렇게 예쁠수 없다면서 이야기를 해오는데, 아,,, 내가 엄마인데,, 나도 우리딸 모습을 보고 싶은데,, 갈까 말까 한시간째 고민중이다.. 퇴근 무렵,, 회사동료가 내게 묻는다.

"오늘 시간 괜찮아요? 우리 회식할까 하는데,,,"

"아,,, 미안해요, 오늘 아기를 보러가야 할것 같아서,,,"

"아,, 그래요? 저번에도 못가고,, 담에 약속잡을때는 먼저물어봐야겠어요. 호호"

"네,, 다음엔 꼭 참석할께요,,"

다들 내가 아기엄마라는걸 알고 있지만,, 매번 회식약속을 거절하고, 중요업무를 빠질려니 뒤통수가 따끔해져온다. 배를 불러 회사에 다닐때는, 출산만 하면 모든 업무를 내가 다 하겠노라 큰소리를 뻥뻥쳤지만, 막상 출산을 하고 보니,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그때보다 세배, 네배는 무거워졌다.

회식자리에 앉아 모유수유로 먹지못하는 술을 한잔 따라 두고, 남들처럼 하하호호 웃으면서도 맘속에서는 우리딸이 잘 있는지, 엄마 얼굴 까먹지는 않는지,, 아기걱정으로 시간 보내느니 부지런히 친정에 다녀올껄,, 회식자리 내내 후회를 하는 것 보다. 이순간 잠깐 뒷통수 따갑고 마는게 낫겠다는 나의 결론이다.

1시간을 고민하다 결국에는 친정으로 차를 돌린다.

"이쁜딸,,,엄마왔다..."

예쁜 우리딸이 며칠 못본사이에 또 그새 훌쩍 자랐다. 이맘때는 하루가 다르게 큰다고 하더니만, 매일매일 얼굴이 달라진다. 저녁을 차리는 친정엄마를 보며, 하루종일 아기 보시느라 피곤했을텐데, 반찬이라도 담아야지 하는생각이 들다가도, 며칠 못본 아기와 놀고 싶은 마음에 피곤해 보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모른척하고 딸래미와 동요메들리 서너곡을 연속으로 줄창 불러준다.

그동안 해주고 싶었던 손가락 간지럽히기와 업어주기 노래불러주기 등등 단기속성반처럼 후닥닥 열심히 놀아준다. 1시간 정도 열심히 놀다가 잠이 오는지 투정을 부리기 시작한다. 칭얼칭얼,,,, 아무리 얼르고 달래도 잠이 들 기새는 보이지 않고, 일하고 피곤한 몸으로 와서 아기 재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얼른 손녀를 안아 가서는 단 5분도 되지 않아 할머니 신공으로 아기재우기에 성공하는 엄마..

그래,, 그게 당연하지,,, 당연한줄 알지만,, 섭섭한 마음을 감추기도 어렵다. 저녁을 먹고, 한밤중이 되어서 아기옆에 잠시 잠들어 누워있다가 더 늦어지면 안될것 같아 살짝 나간다는 것이 그만 곤히 잠든 우리딸을 깨우고 말았다.

'엄마,, 어디가요?'

꼭,, 우리 딸이 이렇게 말하는것만 같다.. 잠이 덜깨 칭얼칭얼 하려는걸 엄마가 얼른 업어서는 더 늦으면 운전 위험하다며 얼른 가라고 손짓을 한다...

"엄마,, 집에가서 전화할게,,,,"

얼른 가라며 손짓하는 엄마키가 오늘따라 더 줄어든것만 같다.. 할머니 등짝에 업혀 졸린눈을 억지로 뜨며 돌아가는 엄마를 보는 우리 딸의 모습도 오늘은 더 안타까워 보인다....

친정집을 나서며,,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누가 우리딸 뺏어가는 것도 아닌데,,자꾸 눈물이 나온다.. 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릴꺼라고, 이렇게 마음이 아파가면서, 직장에 다녀야 하는건가,, 하루에 열두번도 더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차를 타고 돌아오며 계속 이런 생각이 든다. 한평생 열심히 곱게 키워 시집보낸 딸이, 육아라는 큰짐을 지워준 엄마에게 나는 죄인... 한참 엄마 사랑받고, 엄마품에서 정성을 쏟아 키워야 할 시기에 할머니에게 맡기고 아기 성장과정은 할머니한테 듣게하는 우리 아기에게도 나는 죄인... 남들과 똑같이 월급받으면서 중요업무나 업무분담을 할때는 항상 먼저 배려를 바라는 직장에서도 나는 죄인..

그저 나는 여기저기 죄인일 뿐이라는 생각에 지금 내상황이 서러워 자꾸 또 청승맞게 눈물이 난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직장에 다닐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온마음과 정성으로 키워줄 친정엄마가 있어 행복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눈물을 쓱쓱 닦아 마음을 다잡는다.. 내상황이 서러워 눈물이 흘렀다가 이쁜 아기가 사랑스러워 혼자 웃었다가 오늘 하루 나는 열두번도 더 혼자 울었다가 혼자 웃었다.

그래 나는,, 초 슈퍼 울트라 우먼! 일하는 엄마다.
초초 슈퍼 울트라 우먼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강인해져야 겠다고 혼자 생각해본다.
 

안고은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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