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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되실 분들께 드리는 편지

저는 83년도 겨울에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과는 하숙집 할머님의 중매로 만나게 되었지요.

그 당시 저는 부산의 여상을 나와서 회계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공기업에 갓 들어갔을 상태라 월급이 제가 조금 더 많았었지요.

사람이 좋아 보여 결혼한 것이라 크게 후회는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여자의 결혼은 곧 해고였습니다. 뱃속에 아기까지 생긴 터라 어쩔 수 없이 8년간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두어야 했지요. 지금이야 출산휴가니 육아휴가니 있었지만 그때는 어지간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어요.

결국 저는 전업주부로 전향해 집에서 아이를 키웠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조금 크게 되자 다시 일을 하고 싶어 졌습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장에 취업했었고, 또 어느정도 능력을 인정받던 터라 더욱 그랬지요. 전업주부보다는 일하는 주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엄마가 취업을 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었고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다 결국 아파트 단지 내 우유배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맞벌이가 흔치 않았던 터라 주위 시선도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꿋꿋이 아파트의 거의 모든 동을 혼자서 배달했습니다. 하루에 4시간이 넘게....

몇 년을 맞벌이 하니 돈이 좀 모였고 조금 큰 집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우유배달을 그만두고 이제는 보험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 당시 아줌마들이 번듯이 할 수 있는 직장이라고는 보험 밖에 없었으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회계에 관련된 일이었지만, 여건이 허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보험은 그리 제 적성에 맞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몇 년하다가 그만두고 나와버렸습니다. 그 사이 아이는 제 스스로 잘 자랐습니다. 네 정말 혼자 두어도 잘 크더군요. 겉으로 보기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의 속마음까지는 몰랐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제 혼자 밖에 없는 아이에게 못 할 노릇을 했다는 것을 까마득히 몰랐던 것입니다.

아직도 저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 한 후회가 남아 있습니다. 오십이 넘어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자식을 낳아본 부모라면 알 겁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못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 들고 싶은 마음, 그것이 엄마의 심정일 겁니다. 최선을 다해 아이를 양육하려 하지만 살아가면서, 또 아이가 커 가면서 그 마음은 희석되어 갑니다.

아이가 두 발로 걷고, 뛰고, 혼자 앉아서 책을 보고 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가 다 커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한테 관심을 주기 보다는 '그래! 이제는 애도 충분히 자랐으니 맞벌이를 해도 될 것같아!' 하고 생각합니다. 맞벌이를 해서 좀 더 큰 집으로, 냉장고를 바꾸고, 저축을 늘려가고 말이에요. 그러면 물론, 집이 커집니다. 통장에 쌓이는 돈을 보면서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또 더욱 열심히 일해야 겠다고 느끼기도 하지요.

그 동안 아이는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둔 채로, 유치원 선생님이나, 외갓집이나, 아니면 아이가 놀 만한 곳에 아이를 두고 말입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추세가 맞벌이이고 꼭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있어야 좋은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언제나 눈은 아이의 마음속을 향하세요. 혼자서 대변을 볼 수 있다고 해서, TV채널을 마음대로 돌리며 냉장고에서 물을 찾아 먹는다고 다 큰 게 아닙니다.

제 아이는 가끔씩 이런 말을 합니다. 다 큰 애가 저에게 옛날을 회상하며 한번씩 툭 던지곤 하지요. '엄마가 우유 배달을 하러 가면 나는 엄마오기를 베란다에 앉아서 30분이고 한시간이고 기다렸는데 바닥이 차가워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엄마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하는 마음 뿐이었다'고 말입니다. 아이는 추억처럼 하는 말이겠지만 저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속된말로 인생은 한번뿐이라고 하지요? 아이가 나이를 먹고 자라는 하루하루를 보는 것도 인생의 연속선상에서는 한번 밖에 없는 일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엄마의 특권이자 행복이 아닐까요?

주제넘은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항상 입가에 푸른 하늘같은 미소를 가득 담고 있기를 바랍니다.
 

김강순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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