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저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저의 생각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나 친구들을 포함한 주위사람들도 저에게 운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소소한 이벤트에 당첨된다거나,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마침 할인을 한다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 개 주문한 물건이 두 개 오는 등 그리 대단한 운은 아니지만 저에게 있어 무더운 날의 소나기처럼 반가운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남자친구는 저에게 자주 로또를 사보라고 했습니다. “니가 로또사면 왠지 1등 될 것 같다. 사봐라.” “안 된다. 로또 사면 내 운 달아난다.” 한 번 사 볼까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차피 될 것 같지도 않고 돈 낭비인 것 같아 서 로또를 사보라는 남자친구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서 1등 당첨자가 나왔고 혹시나 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로또를 사게 되었습니다. 로또 번호 표기는 마치 고등학교 때 답안지를 작성하는 것처럼 되어 있었는데 그 어느 시험을 칠 때보다 더 떨렸습니다. 떨리는 손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섯 게임 모두 번호를 표기하고 종이를 한 장 받아들고는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발표일, 앞의 번호부터 확인해 보는데 같은 번호가 하나... 둘... 셋... ‘설마 1등인가?’하는 생각에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지만 다음 번호부터는 줄줄이 꽝이었습니다. 결국 5등으로 본전이었습니다. 5등이라는 제 말에 남자친구는 “처음 로또 샀는데 5등 당첨되는 사람이 어디 많더나. 다음번에는 1등 될 수도 있다니까”라며 이제부터 로또를 사라고 말했지만 저는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상에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내가 불쌍해서 본전은 돌려주려고 5등 당첨되게 해 준건데 다시는 로또 사지 말라는 거야” 제 말에 남자친구는 로또 될 거다 확신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비아냥거렸지만 저는 로또에 투자 할 5천원을 다른 곳에 쓰고, 돈은 열심히 일 해서 벌어 보렵니다.

로또에 당첨된 후 집안의 화목에 금이 간 이야기, 욕심이 욕심을 불러 당첨금은 물론 모든 재산을 탕진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직접 번 돈과 당첨금은 같은 돈이라도 느낌 자체가 다를 것 같습니다. 바로 그러한 차이가 로또와 관련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의 시발점이 아닐까요? 로또 1등 당첨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또 1등 당첨이 과연 사람을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김유경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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