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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로또 1등 당첨기[뉴스게릴라 응모작] 가작

“행님 집에 있어요?”

토요일 저녁.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터라 후배의 연락은 반갑기만 했다.

“어 집에 있다. 술이나 한잔 하러가자”

“아이고 행님, 지금 술이 문제가 아니라예. 금방 갈 테니,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평소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으러 가던 후배이기에, 술을 마다하는 녀석의 말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의 목소리도 떨리는 듯 했다.
녀석을 기다리기를 20여분이 지났을까.

“행님 나 왔어요. 문 좀 열어 보세요”

녀석이 왔다. 나는 반갑게 문을 열고 녀석을 맞이했다. 녀석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행님 우리 이제 고생 끝났어요. 기절하지 말고 잘 들으세요. 저 로또 1등 당첨 됐어요.”

“뭐라고, 진짜가!”

“그라믄예, 제가 뭐 한다고 행님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 행님 내랑 이 돈 갖고 잘 살아 봅시다.”

녀석의 얼굴을 보니 빨갛게 상기된 볼이랑,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눈을 보니 이거 진짜 새로운 세상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첨금을 갖고 같이 사업을 하자는 녀석이 고맙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방방 뛰며 좋아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지 못 해 휴학을 했던 친구와 울었던 일. 식대가 없어 밥을 주는 대신 임금이 낮은 식당을 찾아 일했던 일. 주유소 하나 차려 보겠다며 50평생 일만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렀다.

“행님. 너무 잘 속아 넘어가네요. 뻥인데 하하”

그 순간. 사람이 왜 사람을 죽이는 지 알 것 같았다. 녀석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나를 속였던 것이다.

“야 뭐한다고 그리 쓸데없는 짓을 하노”

배신감에 나도 모르게 울컥 화를 내고 말았다. 그래도 사람 좋은 후배 녀석은 실실 웃으며 나를 더욱 약올렸다.

“그래도 행님. 로또 1등 한번 당첨됐다는 간접 경험이라도 했잖아요. 기분 좋아죠?”

실제로 나도 그 녀석의 장난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총을 맞아도 아프다고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나의 로또 1등 당첨기는 이렇게 간접경험으로만 끝이났다. 지금도 로또를 살 때는 그 녀석의 장난을 생각해 본다. 비록 당첨은 되지 않지만, 그 녀석과의 추억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항상 돌아오는 토요일, 로또를 사며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또 한번 행복해 진다.

“야 그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이번에는 진짜다!”

정영현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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