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때만 되면 생각나는 하동의 맛 집이 눈에 선하다.

한 2년전이었던가. 눈부신 섬진강 줄기를 따라가는 우연히 만난 전통 청국장집. 맑은 강물, 하얀 백사장,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 숲까지. 경남 하동은 낯선 이를 포근히 감싸주는 매력이 넘쳤던 기억이 새롭다. 

창원에서 1시간 30여분을 내달렸을까. 어머니 손 맛이 그리워, 가빠진 마음을 한껏 담은 채, 하동에서 맛 집으로 이름난 ‘무량원’(대표 신순이)으로 곧장 직행했다. 고즈넉한 시골 하늘 아래 처음 대면한 무량원은 전통 한옥의 자태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 전통 방식으로 띄운 청국장.

원래 섬진강하면 참게나 재첩을 생각하기 마련. 하지만,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고장답게 이 곳에서는 청국장으로 이름난 맛 집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짚으로 둥지를 만들고 3일에서 4일동안 천연에서 청국장을 자연발효 숙성해 낸다. 이렇게 하면서, 무량원의 청국장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전통 청국장을 접할 수 있다. 무량원의 또다른 진미는 '김치'. 다소 의외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겠지만, 이 집만의 김치는 전국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을 것.

▲ 청국장과 재첩국으로 유명한 하동의 무량원.

짚을 응용해 만든 알싸한 '청국장' 

무량원이 청국장 집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독특한 장 맛내기에 있다. 보통 청국장하면 뜨거운 아랫목을 연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무량원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무량원' 신순이 사장은 짚을 응용해 청국장을 띄운다. 짚으로 둥지를 만들고 3일에서 4일동안 천연에서 청국장을 자연발효 숙성해 낸다. 이렇게 하면서, 무량원의 청국장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전통 청국장을 접할 수 있다.

▲ 무량원은 14가지 양념이 들어간 김치와 청국장, 재첩국은 하동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집으로 손색이 없다.

콩 또한, 하동 악양들에서만 나는 순 국내산 최상급으로만 사용한다.

신순이 사장은 "겨울에도 뜨거운 곳에서 청국장을 띄우지 않는다"면서 "짚으로 둥지를 만들어 청국장을 띄우면 천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전통 청국장 맛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이 집을 넘나든다. 특히, 불심이 깊은 신 사장은 청국장의 그만이 가지고 있는 청국장 비법을 충주 석정사 등 사찰에도 전수하고 있는 등 청국장 사랑에 푹 빠져 있다.

▲ 청국장 한 숟가락에 각종 나물을 넣어 만든 즉석 비빔밥도 잃어버린 입 맛을 되돌리기에 적합하다.

고향 '김치맛'은 아직도 생생해

무량원의 또다른 진미는 '김치'. 다소 의외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겠지만, 이 집만의 김치는 전국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을 것.

김치에만 14가지의 방대한(?) 재료가 들어간다. 이 또한 일반 재료라고 생각하면 오산. 인공조미료는 전혀 가미되지 않는다. 김치 담그는 절차 또한 그만큼 까다롭다. 김치 양념만 1주일의 시간이 걸린다. 우선, 다시다 다린 물에다 참쌀과 들께즙, 무, 감자, 호박, 보릿가루 등이 들어간다.

이 뿐이랴. 여기에다 몸에 좋다는 도라지와 수삼까지 들어가니 그야말로 김치가 아니라 금치이다. 건강식이 따로 없다. 무량원에서 내어온 밀밥에 전통 청국장 한 그릇, 김치 한사발만 있어도 웰빙 건강음식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경남 하동 '무량원(883-7459)'은 밀밥으로 지은 밥 한공기에 깔끔한 숭늉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배근영 기자> 

배근영  inforcro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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