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산장에서의 막걸리 한잔. 사진=경남데일리

신선놀음이 이런 기분일까?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위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떠 있는 녹빛의 섬들. 그 수려한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 위에서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니 정말 '그 옛날 선비들이 신선놀음했던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남해 금산의 바위절벽에 자리한 '금산산장'은 100여 년전까지 비구니의 암자로 쓰이던 곳이지만, 지금은 등산객들에게 든든한 한끼를 내어주고 쉼터가 되는 산장으로 쓰이고 있다. 그 풍광이 수려해  KBS2 '1박 2일'과 SBS '불타는 청춘' 등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산 밑에서 차로 20여분 달려 주차장에 차를 댄 후, 다시 완만했다가 가팔라지기를 반복하는 산 길을 20여 분 정도 걸으면 금산산장에 닿을 수 있다. 비교적 낡은 건물이지만 파라솔과 테이블이 놓여 있어 아름다운 다도해의 모습을 만끽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메뉴는 정식과 도토리묵, 파전, 민속주로 간단하다. 그 중 정식은 열무김치 등 소박한 나물반찬에 소세지, 김, 시래기국 등이 나오는데 비교적 평범해보이지만 눈 앞에 펼쳐진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꿀맛과도 같다.

파전과 도토리묵이 풍경과 어우러져 꿀맛이다. 사진=경남데일리

금산산장에서 바라본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 사진=경남데일리

인근에 자리한 3대 기도처 중 하나인 남해 보리암. 사진=경남데일리

자리에 앉아 도토리묵과 파전, 그리고 이런 곳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막걸리를 시키니 시골집에서나 볼법한 낡은 은색 쟁반에 큼지막한 파전과 맛잇게 양념에 버무려진 도토리묵이 나온다. 여기에 진하게 발효된 막걸리 한 사발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을 바라보며 들이키니 산 길을 오르며 흘린 땀은 금세 씻기고 노래가 나오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다.

이곳 금산산장은 10여 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그 유명한 보리암이 자리하고 있어, 연초와 석가탄신일 즈음에는 사람들이 무척 붐빈다. 그 시기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이 풍경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데, 방송과 SNS에 종종 소개되어서인지 등산객뿐만 아니라 20대 젊은이들도 제법 눈에 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서 10여 분 정도 산길을 내려가면 전국 3대 기도처, 한국 3대 관세음보살 성지로 꼽히는 보리암을 마주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수많은 돌들이 섞여 조화를 이루는 금산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보리암의 호젓함을 즐기고, 이 모든 것을 다시 막걸리 한 잔에 취해 누리고 싶다면 남해 금산산장을 추천한다.

주소: 경남 남해군 상주면 보리암로 691
전화: 055-862-6060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7시

김혜인 기자  hyein8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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