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뒤페 윤귀화 작가

예술인이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멋있는 일이 있을까? 특정 소재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기분 좋은 일이다.

말발굽(편자)와 말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창동예술촌 ‘아카데미 뒤페’ 공방에 가보면 평소 보기 힘든 편자를 이용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윤귀화의(Hani story)작업실은 문신 테마골목, 리아갤러리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창동예술촌 입주 당시 ‘한적한 곳’을 찾아 입주했다는 윤 작가는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단다.

“작가공모를 한다는 것을 듣고, 혹시나 해서 응시 했는데 입주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조용히 작품활동만 하고 싶어서 일부러 안쪽으로 숨어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창동에서 작업실을 쓴다는 의미도 좋지만, 창원시 관계된 일에 지역 작가로써 많은 시민을 대하는데 책임감을 느끼고, 그것 때문에 더 자리를 지키며 작업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녀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말을 비롯해 재갈, 편자, 등좌 등 말과 관련된 소재거리가 등장한다. 여전히 말과 관련된 기억들이 작품 속에 존재하지만 최근 윤 작가의 작품을 보면 변화가 느껴진다. 그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말과 관련된 작품 활동을 했다면 지금은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해체를 한다는 것은 말 이미지를 완전히 뺀다는 것은 아니고 말 이미지가 들어가면서 화면상에서 부드럽게, 색채감을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소재감이 있는 오브제를 사용해 빛으로 작품을 표현했다면 최근 그녀의 작품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오브제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물감으로 화면을 구성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날 문득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절망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절망은 또 다른 나를 위하여 주어진 삶에 점 하나의 의미를 세상에 외치듯 소리치고 싶었던 순간에 말과의 인연으로 나를 반추하는 시간을 주었고, 중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선생님의 작은 칭찬이 나를 그림쟁이로 이끌었다"

“너 그림에 소질 있다”는 중학교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에 10대 꽃다운 소녀는 그림쟁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20여 년 정도 미술 학원을 운영했다는 윤 작가는 “어느 날 문득 사람이 살면서 나의 이름을 한번 남기고 싶었다. 내가 살아온 흔적들에 대한 이름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것이 말과의 인연이 되고,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말이 먼저 떠올랐다”면서 한 번도 “그림을 안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친구보다도 먼저인 친구가 바로 그림 친구”라면서 개인전 1회만 하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20여 회가 넘는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고 회상했다.

남해 바람흔적미술관에서 윤귀화 개인전이 개최되고있다.

오는 4일까지 남해 바람흔적미술관에 가면 윤귀화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성남 아트센터에서 '프로토콜전'을 개최한다. 꾸준한 전시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 작가는 “지난 1년간 그림 나의 그림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스스로 평가도 해보고 싶었고, 관람객들이 내 그림을 보고 행복해 하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림에 대한 윤 작가의 갈증은 끝이 없다. 그녀는 매주 창원-서울을 오가며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다. 그녀는 “배운다는 것이 너무 좋다”라면서 “학교를 가지 않아도 그림을 그릴 것이고 학교를 간다고 해서 그림이 더 좋아질 것이란 생각을 하고 대학원에 도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현재의 나 자신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스스로를 만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나를 조금 덜 사랑한 부분은 없었을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나의 그림을 더 사랑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창동에 남아서 지금처럼 조용히 작업하고 사는 게 제게는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국내 전시를 넘어서, 외국에 추천을 받아 전시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아카데미 뒤페에서는 편자를 이용한 벽걸이 작품, 석고 작품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 현대 미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직접 갤러리의 문을 두드려보면 좋을 듯하다.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로 13
체험활동:편자 미니벽걸이, 석고 작품 등 / 수강: 현대미술 개인 교습 등 (개별문의)
아카데미 뒤페 010-3678-3629

최경연 기자  wooul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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