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할 것이란 상상이 무너진다!

기분전환을 위해 인적이 드문 숲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친구들. GPS에도 나오지 않는 마을 입구의 ‘돌아가라’는 경고문이 신경 쓰였지만 그들은 숲 속의 외딴 오두막에 도착해 짐을 푼다. 그러던 중 주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물건들로 가득 찬 지하실을 발견하고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지만, 오두막에서는 이미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타겟 도착, 시스템 작동을 시작합니다."

[네이버 영화 줄거리]

최근 몇년 간의 공포영화들은 다소 천편일률적인 영화들이 많았다.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기이하게 몸을 꺾으며 다가오고, 자신의 집에서 나가라며 온 집안의 물건들을 부수거나, 괴이하게 생긴 인형이 사람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비슷한 귀신의 모양새와 비슷한 스토리의 반복에 옛날 '주온', '링'과 같은 센세이셔널한 공포영화들을 보기는 어려워졌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는 개봉 당시 이색적인 스토리로 큰 관심을 끌었다. 평론가들의 참신하고 매혹적이란 평이 쏟아졌고, 감독은 혹시나 줄거리가 새어나갈까봐 배우 오디션도 가짜시나리오로 진행하고 배우들마다 다른 시나리오를 제공했을 정도로 철통보안에 힘썼다고.

초반 줄거리는 여느 공포영화에서 본 것과 같은 레퍼토리다. 청춘남녀 5명이 GPS에도 나오지 않는 인적 드문 숲으로 여행을 떠나고 오두막에 짐을 푼다. 가는 도중 수상한 남자가 "그 곳은 저주 받았다"며 말리지만 주인공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캐릭터도 매우 익숙하다. 머리는 나쁘지만 섹시하고 힘 좋은 커플, 촐싹대는 남자, 어딘가 괴짜같지만 똑똑해 보이는 남자,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여자 등 공포영화의 흔한 등장인물이다. 밤이 되고, 오두막의 지하실을 우연히 발견하고, 건드리면 안 될 물건을 굳이 건드린다.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줄거리다. 하지만 이후에 전개되는 스토리를 보면 이 영화는 도대체 무슨 장르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색다르게 흘러간다. 사실은 이들을 지켜보는 감시자들이 있고, 온갖 종류의 귀신과 괴물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별 생각없이 본다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스토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이 철저하게 의도한 바가 있고, 그것을 이해하고 본다면 그때부터 이 영화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공포영화에 대한 감독의 재기발랄한 풍자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고, 중간중간 나오는 인물들의 적절한 대사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평론가들의 평도 좋다. "당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농담(허지웅 영화평론가)", "전형적인 공식으로 출발하지만 이후 모든 것이 상상 불허, 예측불가다(이형석 기자)", "공포와 판타지의 관습을 절묘하게 역이용하는, 진지한 농담(씨네21 김봉석)" 등 대게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줄거리를 극찬한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만 그간의 비슷한 스토리에 식상했던 사람, 또는 공포영화를 많이 본 마니아라면 이 영화의 이색적인 스토리와 풍자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장마도 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지만 극장가엔 이렇다할 공포영화 소식이 들리지 않는 요즘, 집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창원=김혜인 기자  hyein8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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