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상실의 기억 731벌의 옷을 남기고 떠난 그녀 165cm, 230 mm, size 2 … 아내의 치수와 꼭 맞는 여자가 필요하다

토니 타키타니는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일찍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재즈 연주로 항상 집을 비우는 가운데 토니는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미술을 전공하면서 주변사람에게 항상 "너의 그림에는 감정이 결여되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에게 있어 '감정'이란 비논리적이고 미성숙한 것일 뿐이었다.

정교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확실한 재능을 보인 그는 어느 날 아담한 체구에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에이코란 여성에게 불현듯 마음을 뺏겨 결혼에까지 이른다. 그의 삶은 변화했고, 난생 처음으로 생의 떨림을 맛보았으며 '다시 외로워진다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에이코에게는 유명 디자이너의 옷들을 구매하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녀의 쇼핑에 대한 집착은 점점 커져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고, 토니는 걱정이 되어 그러한 충동을 억제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얘기해보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다시 혼자가 된 토니는 멍하니 앉아 아내가 남긴 옷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너무도 아름다운 옷들이 마치 그녀의 유령을 보는 듯 하여 괴로움에 빠진다. 토니는 결국 아내와 완벽히 일치하는 치수를 가진 여성을 모집한다는 신문 광고를 내게 되고 그의 광고를 보고 한 여인이 찾아오는데...

[네이버 영화 줄거리]

영화 '토니 타키타니'는 소설 같은 영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엿보인다. "토니 타키타니의 진짜 이름은, 정말로 토니 타키타니였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으로 영화는 시작하고, 영화 내내 소설을 읽듯 줄거리를 내레이션으로 들려준다.

정교한 그림 실력자인 일러스트레이터 토니 타키타니는 어린나이에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재즈 연주로 늘 떠돌아 다녀 남 같은 아버지 아래에서 혼자인 것이 당연한 인물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의 에이코를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난생 처음 모든 행복이 사라지고 다시 혼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알게 된다.

"옷을 입기 위해 태어난 여자 같다"는 토니의 말처럼 에이코는 값비싸고 아름다운 명품 옷에 중독되어 있다. 다 입지도 못할 옷들이 옷방 가득 전시되어 있음에도 쇼윈도에 걸린 옷을 보는 순간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마치 병적으로 사고 만다. 이에 토니는 에이코에게 쇼핑 충동을 억눌러 볼 것을 제안하지만, 그의 제안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일으켜 그에게서 에이코를 앗아간다.

한 순간에 인생의 전부와도 같던 에이코를 잃게 된 토니는 그녀가 남긴 731벌의 옷을 보면서 하염없이 고독함에 빠진다. 급기야 그녀와 체형과 외모가 비슷한 여자를 수소문해 옷방 가득 걸려 있는 옷을 입게 함으로써 고독함을 조금이라도 달래어 보려고 까지 한다.

어쩌면 토니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과 고독함 속에 살았기에 자신이 고독한 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고독을 잊게 해줄 존재인 에이코를 만나면서 함께였을 때 맛볼 수 있는 행복을 알게 되고, 동시에 불안감도 알게 된다. 또 에이코는 어딘지 모르게 비어있는 허한 마음을 옷으로 채우려 한다. 이 영화는 행복과 고독함, 외로움, 불안감 등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분위기는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것처럼 시종일관 정적이다. 소설을 읽는 듯한 내래이션과 함께 푸르스름하게 톤 다운한 화면들이 아주 고요하다. 그럼에도 인물들이 겪는 고독함과 외로움, 불안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생상하게 전달된다.

"삶 전체의 빈자리를 단 한번 내뿜는 한숨에 담는다(씨네21 이동진)", "아득한 적멸, 서글픈 상속. 기억을 모르는 쓰라림이여!(씨네21 박평식)" 등 평론가들의 평 또한 좋다. 현대인들의 상실과 고독, 그 자리를 메우려는 몸부림이 생생하게 와닿는 영화다.
 

김혜인 기자  hyein8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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