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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안상현의 좋은 책 이야기]

삶을 살아가는 두 가지 방식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날아가버려, 지상적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기껏해야 반쯤만 생생하고 그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기원전 6세기 파르메니데스라는 철학자는 인생에서 묵직함을 선택할 것인지 가벼움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이 세상은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으로 양분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는 인생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면서 사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볼 것은 권하죠.그의 답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가벼운 것이 긍정적이고 무거운 것은 부정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에서 가벼운 것을 선택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본 것이죠. 
무거운 삶은 멋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재미가 없죠. 반면 가벼운 삶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진지함이 좀 부족해 보이고 배울 것이 없죠.

인생이라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우리 인생은 가벼운 것일까? 무거운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탐색을 해보는 책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입니다.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한 모순이다'는 말로 자신의 소설책을 시작하죠. 그리고 그 전에 우연히 발견한 옛 사진들을 보며 느낀 감정을 통해 인생이 얼마나 가벼울 수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의 불꽃에 사로잡혔다: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몇 장의 사진을 보곤 감격했다. 그것이 내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을 전쟁통에서 보냈다. 내 가족 중 몇몇 사람은 나치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해주었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책 속에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상징하는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토마스, 그는 직업이라는 안정된 일을 가진 바람둥이죠. 첫 부인과 10년 전 이혼을 하고 자신은 어떤 여자든 간에 한 여자와는 살 수 없고 오로지 독신일 경우에만 자기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적인 남성입니다.
그런 그가 보헤미아의 작은 마을에서 테레사라는 이름의 여자를 만나죠.  불같은 사랑을 시작한 그들은 극적으로 결혼합니다. 하지만 토마스는 테레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에로틱한 우정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무척 힘겨움을 느끼죠.

 책 속의 주인공을 보자면 토마스의 인생은 좀 무거운 듯합니다. 반면 테레사의 그것은 보다 가볍게 느껴지죠. 
허름한 시골에서 소를 돌보며 살게 된 토마스와 테레사는 행복했습니다. 테레사는 여자들로부터 토마스를 되찾아왔고, 토마스는 경찰들의 감시와 함께 삶의 무거운 짐들을 조금씩 벗어놓을 수 있었죠. 시골의 작은 바에서 춤을 추며 그녀는 토마스에게 말합니다.
"토마스, 당신 인생에서 내가 모든 악의 원인이에요. 당신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나 때문이에요.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당신을 끌어내린 것이 바로 나예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토마스의 손에는 낡아빠진 트럭의 핸들대신 수술용 칼이 들려있어야 했고 그의 임무는 운전이 아닌 수술이어야 했죠. 토마스도 그것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임무라니, 테레사,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토마스도 이제 존재의 가벼움을 이해한 것일까요? 그게 이해한다고 되는 일일까요?

인생은 유한합니다. 어쩔 수 없는 유한함, 그 와중에 우리는 무겁게 살아야 할까요, 가볍게 살아야할까요?

 


안상헌  wintermad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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