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0년을 살아가는 남자의 일상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그린 SF 영화

[네이버 영화 줄거리]

영화 '맨프럼어스'는 '원시시대부터 14,000년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다소 이색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를 다룬다. 영화는 이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존 올드만의 집에서 동료 교수와 제자 8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만 나온다. 화려한 배경이나 액션, 그 흔한 CG 하나 없지만 이 영화의 흡입력은 매우 뛰어나다.

대학에서 인류학을 강의하는 교수 '존 올드만(데이빗 리 스미스)'은 대학 측의 학과장 자리 제안도 마다한 채 떠날 것을 결심한다. 이렇다할 인사도 없이 갑작스럽게 떠나려는 존과의 작별이 아쉬운 동료 교수들과 학생, 조교 등 7명은 존을 배웅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모여 든다.

탄탄하게 보장된 미래를 거부하고 왜 떠나려고 하느냐는 동료 교수들의 끈질긴 질문에 존은 자신이 14,000년을 살아온 인물이라는 다소 황당한 고백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전혀 늙지 않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10년 마다 거주지와 직업을 옮겨다녔다는 것도 덧붙여서. 정말 10년 전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존 혼자 늙지 않았다는 동료의 말이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하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들 황당한 농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말을 증명하고 싶다는 듯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한다. 고고학자, 인류학자, 신학자, 심리학자, 생물학자 등 다방면의 전문가인 교수들의 예리한 질문에 존은 정말 14,000년을 살아온 사람이라도 되는 듯 막힘 없이 대답을 한다.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부처와 예수 등 '종교' 문제로까지 흘러가게 된다. 존이 부처를 만나 가르침을 얻게 되었다는 일, 예수의 이름과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등등 성경과는 다소 다른 존의 증언에 신학자 이디스는 크게 충격을 받고, 몇몇 교수들 또한 장난이 과하다며 제발 진실을 밝혀달라고 존을 재촉하거나 화를 낸다.

존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말이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믿고, 결국 존이 장난이었다고 고백하는 순간 사람들은 안심을 하며 다시 다정한 태도로 변한다.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의 이야기, 그리고 허구의 이야기보다 다소 초라한 현실 이야기 중 인물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존의 집을 떠난다.

영화의 반전은 말미에 시원하게 드러난다. 제한된 장소에서 한정된 인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도 어렵게 꼬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단순하게 풀어낸 것이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한정된 틀에서 극적인 효과를 아주 단순하게 나타내려고 해서인지 연출이 아주 세련됐다고는 볼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소재와 스토리 하나만은 정말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가 제시하는 최초의 가설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단지 미신숭배자들의 신성을 파괴하는데서 쾌감과 동력을 얻어 굴러가는 작품이니까. 어느 한구석 기름기 없이 꽉 짜인 구성의 즐거움(허지웅 칼럼니스트)", "훌륭한 상상력과 시나리오만 있으면 물량공세 없이도 재미있는 SF스릴러가 탄생한다는 깔끔한 증거(박혜은 영화저널리스트)" 등 평론가들 또한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평하는 만큼 한번 쯤 볼만한 영화다.

김혜인 기자  hyein8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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