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귀성길로 수십킬로미터 정체돼 있는 도로. 다들 1,2차선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데 한참 뒤에 있던 차들이 갓길로 달려와 고개를 들이밀고 끼어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긴급차량도 아닌 이들을 어떻게 할까?(우측 차량들)

즐거운 명절 차례를 지내고 친지와 처부모님을 찾아뵙기위해 기분 좋게 출발해 고속도로를 진입하자 이미 정체가 시작돼 꼼짝 못하고 있었다.

어찌됐던 앞차가 차례대로 빠지길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차가 빠지길 기다리는 차량들 사이로 옆차선에서 끼어들려고 차의 앞머리를 들이미는 운전사 어떻게 할까?

남들은 끼어들 줄 몰라서 차례를 지키며 몇시간씩 앞차가 빠지길 기다리는 줄 알까...?

성묘를 마치고 순천을 거쳐 여수로 가는 길이다. 율촌부터 차가 막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곳은 나지막한 언덕의 오르막길.

올라가는 길이라 느린 화물차들을 위해 3차선이 있는 곳이다. 언덕 위 정상만 올라서면 바로 2차선이 되는 병목지점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정상에 올라서면 병목현상이 빚어진다는 건 거의 모두가 아는 사실.

거의 모든 차들이 앞차가 빠지길 기다리며 걷는 속도로 움직인다. 그 때다. 뒤에서 차량 몇대가 쏜쌀같이 3차선으로 달려와 병목지점에서 차량 앞머리를 들이민다.

누군들 얼른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누군들 얌체같이 3차선으로 달려가 머리를 들이밀면 뒤에서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는 걸 모를까?

교통질서 켐페인을 보면 '교통질서, 양보와 배려로 달라집니다'라고 씌여 있다. 그런데 저런 차량에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양보일까? 배려일까? 이렇게 머리를 들이미는 사람한테 양보를 해주면 천천히 기다리는 사람은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물론 비상차량이나 긴급차량은 반드시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한참이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을 제치고 이런 식으로 달려드는 사람한테 양보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약삭빠른 사람이 잘 나가는 사회. 우리가 바라는 사회인가.

▲ 내 차량속도는 거의 제로 수준인데 뒤에서 갓길로 달려와 끼어들기를 시도하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바보?

우리나라는 1988년에 자동차 생산 100만대를 돌파한 이래 2009년 1천700만대가 운행되고 있다. 그랴말로 인구 3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한 자동차 생산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통문화는 어떨까? 교통질서는 교통 후진국 수준이다. 출퇴근길의 꼬리물기, 커브 길 불법 주정차, 골목길 양쪽주차 등은 우리가 고쳐야 할 교통문화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에서 자동차 만대 당 교통사고 발생 세계1위, 사망자 수는 세계 3위라는 불명예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 G20 정상회의를 앞둔만큼 교통법규 준수는 교통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코스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닌 대가를 요구한다. 기다림이나 차례, 질서, 정도를 지키는 것이 자유를 누리는 대가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없는 무질서로 가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너도나도 갓길로 달려갔을 때의 혼란을.

오문수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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