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넌 시트콤 인생이야!”, “역시 너야. 하여튼 간에 알아줘야 한다니까”

나의 사고 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들의 말이다.

때는, 내가 21살 때의 7월. 서울을 갔다가 좌석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분명 버스를 타기 전까지, 아니 버스를 타고 한 10분 정도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민소매를 입은 내 팔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버스의 빵빵한 에어컨 바람으로 인한 낮은 온도와 밖의 매우 더운 온도의 기온 차 때문인지 갑자기 나는 급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흔히 말하는 작은 것 말이다.

그동안 참을성이 많은 나는 작은 것쯤은 잘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날은 아니었다. 버스의 낮은 기온이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결국, 함께 있던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도저히 안 되겠어.”

“아유, 답답해! 다 큰 애가 그런 거 하나 못 참니?!! 좀만 더 참아봐. 여기 고속도로란 말이야.”

“아 어떻게 나 진짜 미칠 것 같단 말이야!”

“그럼 어떡해!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그리고 정말 온 몸을 배배꼬며 참고 참았다. 빨리 고속도로를 지나 나를 내려줄 버스정류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드디어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번에 내린다고 신호를 보내는 벨이 없지 않은가!! 순간 나는 더욱 당황했다. 벨을 찾기 시작 했다. 그런데 여전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 않는가. 더욱 어이없는 상황은 우리 엄마도 덩달아 당황하셨는지 벨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불편한 거동으로 앞에 운전하시는 운전기사 분께 가서 물었다. “아저씨, 이 버스는 왜 벨이 없어요?” 그러자 아저씨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시며 “아니 학생, 벨이 없는 버스가 어디 있어?” “없는데...벨이 안보여요.” “저기 있잖아 저기!” 정말 벨이 보였다. 지금 생각해도 엄마와 내가 그 흔한 벨을 못 찾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정말 그랬다.

나는 엄마에게 애타는 눈빛을 보내며 벨을 누르고 혼자 내렸다. 내린 곳은 항상 우리 집으로 가면서 보았던 가구상설매장들이 있는 곳이었다. 밤이었고 주말이어서 그런지 매장들이 다 문을 닫은 상태였다. 게다가 가게들이 띄엄띄엄 있어 조금 있으면 정말 큰 일 날 것 같은 상항에서 화장실을 찾으러 더 돌아다닐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난 최후의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닫힌 가구점 옆으로 심어 놓은 내 허리정도 까지 오는 아담한 조경나무가 보이지 않는가? 조경 나무 뒤로 갔다. 도로로 다니는 버스 안과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잘 숨었다.

그리고 엉거주춤 앉아 불안에 떨며 빠른 속도로 볼 일을 봤다. 찝찝했지만 그래도 시원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온 몸이 기진맥진했다. 나는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집으로 돌아가자 동생과 아빠가 막 웃으며 내 동생이 한마디 날렸다. “바보!”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웃긴 해프닝이 되었지만 그 때 당시만큼은 매우 긴급했고, 결국 난 가구점의 예쁜 조경나무 곁에 사고의 흔적을 남기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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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master@c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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