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데일리=황민성 기자] 경남지역 수출중소기업의 통상환경 10개 전 분야(설문기준)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창원상공회의소가 경남지역 수출중소기업 181개 사를 대상으로 ‘경남지역 수출중소기업의 통상환경 변화와 실적 영향조사’를 실시하고 29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급망 불확실성, 환율변동, 원자재가격 상승, 물류구조 변화, 지역별 무역분쟁 등 국내외 통상환경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경남 수출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수출실적과 환경변화 수준에 대해 통계기법과 사례분석을 병행한 조사를 실시했다.

○ 코로나19 이전 대비, 체감 수출실적과 통상환경 변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체감하는 수출실적의 변화를 7점(1점 크게 악화, 7점 크게 개선) 척도로 지수화한 결과, ‘수출물량’은 4.04점으로 기준치(4점 변화없다) 수준을 나타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수익성(3.54)은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향후 수출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문의(3.70)도 기준치를 밑돌았다.

통상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FTA활용’(3.91) 분야가 기준치(4점, 변화없음)에 근접하게 조사되어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냈고, 다음으로 ‘통관’(3.71), ‘기술규제’(3.65), ‘대금회수’(3.62), ‘환경규제’(3.61), ‘판로개척’(3.59), ‘국외정세’(3.17), ‘물류’(3.10), ‘환율’(2.88), ‘공급망’(2.85)의 순으로 조사됐다.

FTA는 복수 국가 간 상호 무역특혜를 부여하는 협정의 하나임에도 활용여건이 다소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FTA활용에 수반되는 원산지관리, 품목분류의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협정을 우회해 보호무역을 펼치는 기조가 확대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인도, 베트남 등과의 거래에서 양허관세를 받기 위한 원산지증명과 기타 절차가 복잡하거나 품목분류 수정 등 추가서류를 요청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 대만, 베트남,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은 까다로워진 통관절차로 통관비용과 물류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가장 악화된 환경으로 ‘공급망’을 꼽고 있다. 특히 원재자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조달 애로와 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생산과 경기불안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류환경’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악화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지속되었던 항공‧해상 물류비 상승과 선복 부족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활동 재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원/달러 환율이 이러한 채산성 악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규제’와 ‘환경규제’는 WTO협정을 비롯한 각종 자유화 협정을 우회할 수 있어 최근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보호무역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경남 수출중소기업들은 기술 및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판로개척’과 ‘대금회수’ 부문은 수출중소기업의 전통적인 애로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경남 수출중소기업의 주요시장 국가들이 자국 내 조달을 추진하고 있고, 현지 진출 내국기업들 또한 현지조달을 통해 불확실성 해소와 효율성을 높이려는 성향이 짙어졌다.

이는 곧 경남 수출중소기업의 협상력을 떨어뜨려 과도한 할인 요구는 물론 대금회수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실적 영향과 대응

코로나19를 전후로 변화한 통상환경이 수출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응답업체의 59.1%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40.9%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답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업체를 대상으로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수출거래가 중단되었다’,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는 응답이 각각 36.7%, 35.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대금회수 차질’ 17.9%, ‘채산성 악화’ 10.1% 순으로 답했다.  

통상환경의 변화로 인한 애로사항을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는 질문에 71.1%가 ‘바이어 등과 직접 협의해 자체적으로 대안을 찾는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 지원기관 등과 협의한다’로 답한 비중이 14.0%로 뒤를 이었고, ‘특별히 대응하지 않는다(할 수 없다)’로 응답한 비중도 13.4%를 차지했다.  

통상 애로에 대해 ‘정부, 지원기관 등과 협의한다’는 비중이 14.0%에 그쳤는데, 그 이유로 ‘일상적인 일이므로 애로사항이라 판단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3.8%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어떠한 기관‧단체를 찾아야 할지 모른다’ 32.7%, ‘신뢰하지 않는다’ 9.6%, ‘기타’ 3.8% 순으로 답했다.  

○ 경남 수출실적에 직접적 영향 미친 통상환경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한 통상환경의 체감변화요인들이 실제 수출실적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FTA’, ‘기술규제’, ‘대금회수’, ‘공급망’, ‘마케팅’, ‘물류’ 환경의 변화 순으로 경남 수출중소기업의 ‘수출실적’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율’, ‘환경규제’, ‘통관절차’, ‘국외정세’ 환경의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경남 수출중소기업의 수출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환경변화요인은 ‘FTA’활용 분야였다.

우리나라는 2023년 2분기 기준 21개, 59개 국가와 FTA협정을 맺은 바 있고, 경남의 경우 수출에서 73.4%, 수입에서 84.5%의 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출 58.3%, 수입 60.9%의 활용률을 보였던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수익성 확보와 신규시장 개척에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경남 수출중소기업들은 수출실적의 확보와 유지를 위해 FTA 활용률의 극대화를 모색해 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영향을 크게 미친 분야로 ‘기술규제’였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의 일종으로 품질요건의 상향과 요청자료 증가 등 기술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가 수출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남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 각종 인증과 이에 수반하는 비용부담을 애로요인으로 꼽고 있다.

‘대금회수’ 부문은 수출중소기업의 경영활동에 있어 본질적인 변수이므로 수출실적과의 인과관계는 일반적으로 유추 가능한 결과다. 특히 중국, 베트남, 인도 등 경남 수출중소기업의 주요시장 내 경쟁심화와 거래단절 등이 발생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리스크로 인해 대금회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대금회수 부문의 불확실성이 경남 수출중소기업의 수출실적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FTA활용과 기술규제가 경남 수출중소기업의 수출실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환경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기조로 자유무역협정의 활용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협정 관계에 있는 국가의 원산지증명과 품목분류, 통관 절차 상 협정의 위배와 불합리성 여부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규제와 관련해 까다로운 인증절차와 인증제도의 불확실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세계 각국 인증제도의 취득절차와 비용 등 상세정보를 담은 매뉴얼 배포와 컨설팅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민성 기자  hcs@k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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