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의 생활에는 서양과 동양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양복이 대중화 되었고 젓가락 대신 포크가 더 편하다는 아이들도 많아졌습니다. 거인족 티탄의 이름을 딴 타이탄 트럭이 도시를 누비고 있고, 승리의 여신 니케의 이름을 딴 나이키 운동화가 공원을 누비고 있죠. 플루타크 영웅전이라는 책을 아실 겁니다. 플루타크라는 그리스 역사가가 쓴 영웅들의 일대기를 그린 책입니다. 나폴레옹과 베토벤은 이 책을 성서처럼 생각하고 읽고 또 읽었다고 전해집니다. 소설가 이윤기 선생이 플루타크 영웅전을 기초로 옛 서양인들의 영웅적 삶을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영웅은 테세우스입니다. 테세우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미궁속에서 살고 있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일입니다. 미노타우로스는 반은 소이고 반은 사람인 괴물이죠.
테세우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해 미궁속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갈 때 아리아드네가 준 실을 허리에 묶고 가죠. 그리고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는 그 실을 따라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옵니다. 우리도 미로에 빠질 때가 가끔 있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리아드네의 실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테세우스는 많은 공적을 쌓았습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와 같이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지요. 하루는 그가 길을 가다가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길 가는 사람을 잡아다가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길면 잘라서 죽이고, 침대보다 작으면 늘어뜨려서 죽이는 산적이었습니다.
테세우스는 이 산적을 어떻게 했을까요? 바로 그의 침대를 사용해서 그가 했던 똑같은 방법으로 죽입니다. 지금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말은 자신의 것에 맞게 이리저리 끼워맞춘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죠.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입니다. 평생을 영토확장과 위대한 제국 건설에 몰두했던 정복자지요. 이런 정복자도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철학자 디오게네스 였지요.
하루는 알렉산드로스가 디오게네스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내가 도와 줄 일은 없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이렇데 대답했다고 합니다.
"햇살을 가리고 있으니 조금만 비켜서 주시오."
위대한 정복자의 삶을 살던 알렉산드로스는 디오게네스의 이런 초연한 태도에 감탄을 합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이렇게 중얼 거립니다.
"내가 만일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

책에는 테세우스와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크라테스, 케이사르 등의 수많은 고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동서양의 문화는 차이가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영웅들의 삶은 일반인들의 삶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요. 자신보다 큰 것에 자신을 바쳤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자신보다 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것과 그것에 자신을 던져보라는 신선한 자극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