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하동군청.

70∼80년대만 해도 웬만한 농촌마을에는 방앗간 한둘은 있었지만 대형 미곡처리장(RPC)이 일반화하면서 방앗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방앗간이 사라지면서 ‘단골손님’ 참새들도 궁색해졌다. 요즘처럼 들판이 텅 비고 벌레마저 땅 속으로 들어간 추운 날에는 끼니 때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슬로시티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터를 잡은 참새는 사정이 다르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평사리 최참판댁 입구의 토지마을에 물레방아가 돌고 있기 때문.

물론 토지마을의 물레방아는 참새 떼가 그냥 지나치지 않는 여느 방앗간과는 다르다. 하동군이 토지마을을 조성하면서 옛 물레방아를 재현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풍족한 것만은 사실이다. 물레방아를 비롯한 토지마을 37동이 볏짚으로 이엉을 엮은 초가로 만들어진 탓이다.

그래서 ‘평사리 참새’는 이집 저집을 떼로 몰려다니며 이엉에 붙은 낱알을 찾아 먹느라 부산하다. 그 또한 슬로시티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또 다른 구경거리다.

정신없이 낱알을 쪼아먹다 인기척이라도 나면 이내 높은 나뭇가지로 후드득 날아갔다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다시 밀물처럼 날아드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텃새 참새들이 혹독한 계절을 맞고 있지만 평사리 참새는 넉넉한 평사리 들판처럼 넉넉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박종봉  pjbnews@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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