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본점 전경

[경남데일리=황민성 기자] BNK경남은행 직원이 총 562억 원 규모의 대출 조작·횡령을 저지른 것이 내부 조사서 범행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BNK경남은행이 최근 내부조사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상환자금을 562억원을 빼돌린 직원을 적발했다. 

예경탁 은행장 취임 이후 내실경영 기반 위에 신성장 동력 확보에 고삐를 죄던 가운데 횡령사고가 발생해, 고객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부통제 강화와 감독업무 고도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긴급 현장검사를 벌여 서울 소재 투자금융부서 부장급 직원 이모(50)씨가 6년 동안 총 562억 원 규모 부동산 PF 대출금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씨가 횡령한 PF 사업 대출은 총 2건으로 PF대출 상환자금 77억9000만원 횡령과 다른 대출 건에서 총 484억 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확인하고 지난달 이 씨를 업무에서 배제한 뒤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F대출 상환자금 77억9000만원 횡령건은 2008년부터 총 222억 원규모로 실행됐지만 이후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은행은 2014년 169억 원에 회수불능채권 판정(대손상각)을 내리고 53억 원을 일반대출로 남겼다. 

2016년 이 부동산 분양이 진행되자 차주(신탁사)는 대손상각 처리 사실을 모른 채, 은행에 77억 9000만 원을 1차 상환했다.

이 씨는 이 상환금을 가족 등 제삼자 계좌로 빼돌렸다. 이후 2018년 차주의 2차 상환액(24억 원)과 본인 횡령금 일부(29억 원)를 합쳐, 일반대출금 잔액(53억 원)을 정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다른 횡령·유용건은 2021년부터 1년간 총 326억 원 규모로 조작 실행됐다. 

대출 약정은 700억 원 한도였지만, 사업 자금이 원활히 공급돼 차주(PF 시행사)가 158억 원만큼만 대출한 상황이었다. 

이 씨는 차주 이름으로 자금인출요청서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해 추가 대출을 받았고, 이 돈은 이 씨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들어갔다. 

2022년에는 차주 상환금 158억 원을 정상 처리하지 않고, 자신이 관리하던 다른 PF 대출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2일 오전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등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에 검사반을 투입해 사고 경위와 추가 횡령사고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이씨가 취급하거나 직접 관리를 담당했던 대출을 포함해 경남은행의 PF대출취급, 자금 입출금 현황을 전수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금융사고가 해당 직원의 일탈 외에도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남은행 본점에 검사반 최초 1개반 4명에서 2개반 12명으로 확대 투입해 PF대출 등 고위험업무에 대한 내부통제실태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은 정확한 사실관계와 사고발생 경위 등을 파악하고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사항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그간 금융감독당국이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를 개선토록 지속적으로 지도·감독 및 제도개선을 강화해왔던 만큼 본 건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남은행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고객과 지역민의 피해가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해결을 위해 비상대책반을 신설하고 실무지원반도 추가로 투입하고 있다.

은행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씨와 관련인에 대한 부동산, 예금 가압류 등 채권보전조치 절차를 진행했다.

경남은행은 "이씨가 내부통제시스템을 회피하기 위해 사문서를 위·변조하는 등 불법적이고 일탈적인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이씨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소 조치 후 즉각 인사조치하고 업무에서도 배제시켰다. 진행 중인 금감원 검사에 긴밀히 협력해 사건발생 경로 등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발방지 차원에서 경남은행은 내부통제 규정을 대거 손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이 한 부서에서 지난 2007년부터 올 1월까지 같은 일을 담당한 이른바 '고인 물'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씨는 그동안 투자금융부에 있다가 올해 1월 투자금융기획부로 부서를 옮겼다.

경남은행은 부서 장기근무자를 일정 기간 이후 인사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지만 이씨는 투자금융이라는 특수성으로, 장기간 같은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업무와 달리 투자금융의 경우, 1건이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전문성 역시 많이 요구된다. 발령이 자주 나면 업무 파악이 어려워 한 부서에 오래 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전 직원에 대한 윤리의식 교육을 강화했다. 또 내부통제 분석팀도 신설할 예정이다. 

경남은행은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직원의 일탈 행위가 은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황민성 기자  hcs@k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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