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아트에서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은 건빵이라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실제로 책을 통한 작업은 책이라는 구조 위에 표현 하는 한 점의 예술 작품과도 같아요. 화가에게 있어서는 한 폭의 캔버스가 되는 셈이죠.

선을 어떻게 긋는지 어떤 색을 칠 하느냐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랍니다.

재료적인 측면에서도 그래요. 어떤 질감의 종이를 사용하는 지, 어떤 색을 선택하는 지, 천인지 가죽인지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연출해내고 소통할 수 있어요. 작품으로서의 책을 만들 때 재료적인 한계는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뒤돌아보면 대학 강의 시절, 이것저것 실험하기 좋아했던 나는 제자가 들고 온 건빵 봉지에 엉뚱한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아크릴 보조제인 '글로스 바니쉬(코팅제)'를 건빵에 바르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웃으며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 된다(^^)'며 나를 놀렸던 기억이 생생해요.

이어 코팅 된 건빵을 책 커버에 고정하기 시작 했고요, 커버는 고양이 모래 브랜드 타이디캣의 로고가 새겨진 크라프트 박스였죠. 다시금 박스를 파내고 여섯 개의 건빵을 고정시킨 후 스웨이드 끈으로 여기 저기 남아 있던 자투리 종이를 엮어냈어요.

▲ 건빵을 소재로 한 북아트.

최초로 건빵을 소재로 한 책이 완성된 것이죠. 이 책은 나의 장난기 있는 실험정신이 만든 작품이었고, 이것을 보는 사람들에겐 저 마다의 건빵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만든 계기가 된 것이죠.
더불어 북아트에서 무한한 재료의 가능성까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음식이 책이 된 예는 또 한 가지 더 있어요. 저의 스승이기도 한 북아티스 김나래 씨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스승님은 곡물의 천연색을 이용해 책 커버를 구성했어요. 놀랍지 않나요? 팥, 콩 등 딱딱한 곡물을 가지고 커버를 리듬감 있게 구성한 것이죠.

아무래도 오래 보존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커버를 구성하는 곡물은 수분감이 거의 없고 단단한 것이어야 하는데, 코팅으로 수분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 또한 중요한 방법이예요.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집어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 예술가로서는 상큼한 기쁨이 아닐 수 없어요.

창원 북아트연구소(사파동 24-7 홍숙팩토리)는 취미바인딩, 포트폴리오, 북아트지도사, 북아트컨텐츠 상담, 매장디스플레이, 인테리어 소품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안내문의.창원 북아트연구소 055)284-5385

김지숙  ssuk19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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