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새 차 마시는 계절이다.  긴 겨울동안 온몸을 죽은 듯이 좁히고 자다가, 갑작스럽게 몸집 불리고 콧구멍에 따뜻한 봄 바람 넣으니 땅 속 온천수처럼 혈기가 무럭무럭 솟아 현재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하는  향기로운 봄. 봄은 생명들이 약동하는 계절, 또한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생식 행위 계절의 멋이 얼마나 위대한가?
  
너 나 할 것 없이 마음도 몸도 조급한 생리현상을 일으키는  행위가 그 동안 숨죽여 지혜로운 삶을 생각했던 행위다. 신화에 설명없는 생식 방법과 유인행위를 이야기 못할 지경이나 그 다양한 방편을 최고라 칭한다. 
 
식물류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거나 꽃가루 향기를 날리고, 동물 암컷은 발정(發情)이란 과정과 희귀한 소리로 이성을 유인하여 투쟁과정을 거쳐 가장 강한 승자와 다양한 방법으로 접합하여 세생명의 창조 행위가 이뤄지는 것이 봄이다. 계절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원기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때다. 사람도 동일한 과정으로 생명을 창조한다.

봄은 신체적 변화와 각종 성호르몬의 변화가 하루도 평형하는 날 없고, 이유없는 저항에 부족함 느끼지 않는 날 없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내일을 알 수 없이 늘 흔들리고 불안하기 때문에 말 만큼 쉽게 행복하거나 기쁘다고  함부로 단언내리기 힘들다. 

얼마만큼 행복하고 어느 정도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지 저 자신도 알 수 없는 형편이지만 그저 모두들 바쁘게 살자니 자신을 잃게 되고 세월의 변화로 나이 들어 '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온다.

왜 그렇게 열심히, 어디를, 무엇 때문에 바쁘게 가는 건지 모를 일들이다. 결국 인생은 내가 나를 찾고 내가 갈 길을 말할 뿐이다.  고통과 갈등, 불안, 부귀, 권력 등 모두 나를 찾기까지의 과정에 불과하게 만나는 것들이다. 

나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힘든 것을 통하여 나를 찾은 그 날부터 삶은 고통에서 기쁨으로, 좌절에서 열정으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불안에서 평안으로 바뀌기를 희망하며 이것이야 말로 각자 인생에서 바람이 만나는 가장 극적 순간이요, 가장 큰 기쁨이며 고귀한 지혜의 받침이다.

봄이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해도 가슴에 닦지 않는 감정은 불편 하듯이 아무리 멋진 사랑, 그리운 애정이 다른데 있으면  마음 열리지 아니하면 불 장난에 불과하다.

불편 없는 삶이 곧 나의 삶이고 지혜의 멋 아닌가. 봄에는 늘 편안하다. 잠깐 쉬면서 나를 먼저 돌아보고 내가 보일 때  행복과 기쁨도 함께 찾아진다. 배운 지식, 부귀가 많다고 지혜로운 사람 아니다. 배운 지식과 부귀로 인해 오히려 지혜를 잃는 경우가 많다. 지혜의 첫걸음은 자기가 미흡하다는 것을 아는 데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태양은 당신이 없어도 뜨고 진다는 속언처럼 광활한 자연 속에 자신의 존재는 보잘 것 없는 작은 것일 수밖에 없다. 한껏 오만을 떠는 것은 지식만 있었지, 지혜가 없는 까닭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안다해도 결국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존재가 사람 아닐까? 그래도 녹동차 한 잔 마시는 여유가 지혜의 문 열게 되면 온갖 생명들이 저마다 다른 지혜로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자신이 필요한 지혜, 자신이 얻게 되는 지혜의 삶이 밝은 불빛이다. 인생에 봄 열기가 환히 밝혀졌으면 좋겠다.
 

김기원  kkw55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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