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오후, 입천장이 바싹 마른다. 딱 한 잔 하고 싶은 때가 아닌가 싶다.  녹차, 곡차이던 간에 맛은 꿀맛이다. 가느다란 바람 따라 솔솔 들어오는 그 냄새가 사람들 뼈를 살살 잡아 녹이는 그 맛에 전신을 어찌 사로 잡이지 아니하겠는가.
 
그 순간은, 자신도 모르게 그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거나 저절로 콧날이 실룩 거리는 장면을 체험하는 그 순간, 차 한 잔의 그리움, 그 냄새보다 더 진한 배 고동소리, 어느 때 오시려나 한 마디 없이 떠나간 그 방황으로 종종 마음을 잃을 때마다 차 한 잔의 그리움이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난다.
 
29세에 중국 천하를 얻는 진시황제가 전쟁터에서 물 한 잔을 못 마셔 울었으나 전쟁 승리를 왜치는 희애(喜哀)의 차 한 잔에 지배자의 만족으로 천하제일로 기쁨이 장엄하였지만 갈대와 같은 마음은 언제나 그림자에 불과할 뿐이다
 
윤택한 자가 있는 대로 마시는 차는 마음이 가난함이고, 삶에 적당히 즐기며 얻은 것을 나눔하고 쓸 줄 아는 자만이 삶에 윤택한 자이고 여유로운 삶이라 철인 파스칼이 선언하였다.
 
인간이 먹고 마시는 음식은 삶을 유지하고 영위하는 영양소의 보충 때문이고 또 맛있게 먹고 싶어야하고, 먹어서 해가 없어야 하며 신체에 유익해야 한다. 그러므로 음식의 맛은  단맛, 쓴맛, 짠맛 세 가지가 기본 맛과 떫은 맛, 감칠 맛, 매운 맛 등 여러 가지 맛이 조합하여 맛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조리사(調理師)라 하듯이 맛이 연속적이라야 마실 수 있고 먹을 수가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차 맛을 내는 데는 여러 가지 성분함량에 의하여 다른 맛을 내게 되는데 찻잎의 성분 가운데 떫은맛을 내는 풀리페놀, 쓴맛을 내는 카페인, 사포닌, 감칠 맛 내는 아미노산류, 당류 등 20여종의 여러 가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맛을 좌우한다. 수용성의 폑틴, 단백질 그 자체는 맛 없지만 점질도 있어 맛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녹차는 제조 초기에 잎을 증기로 찌거나, 가마에 닦는 제조 과정 중에 찻잎의 조직을 파괴시켜 내용물이 쉽게 우러나게 하는 비비기 정도에 따라 맛을 내는 질적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낸다.  우롱차, 홍차의 제조에 유념, 발효과정이 녹차에 비하여 거칠다. 
   
중국차는 유념, 퇴적, 발효 등의 과정이 다양하여 맛의 차이가 생기므로 차나무 잎을 따는 시기, 숙성도, 제조과정, 품종 기후 토질 등에 성분 차이가 생기고  차 맛이 다르다. 특히 녹차 경우 산뜻한 꽃 향이 좋고 산화가 중합되어 황색, 황갈색의 차가 좋고 흥차는 떫은 맛이 강해야 설탕을 넣어야 제 맛으로 먹는다. 
 
고려 때 원나라에 볼모로 잡힌 공민왕을 모시다가 돌아오자 좌사의대부의 벼슬을 얻어 왕을 섬기다가 신돈의 모함으로 퇴출되어 가야사 주지를 만나 차를 마시며 나눈  유숙(柳淑)의 시를 소개한다

소년으로 노래하고 춤추며 화려한 집에 취하니/ 구름과 물이 그곳에서 맑게 나올 줄 생각이나 하였으리. 늙은이가 되니 아름다운 거리의 달리기를 견디지 못해/ 분수 따라 물러나 분수 따라 가시자리에 앉았노라/ 한가한 시간에 그윽한 맛에 차 세사발이라/ 꿈의 공명은 종이 한 장이라 / 한적한 고독을 다래주는 시에 감사하며  스님의 깊은 뜻 어찌 답하려    

아무튼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기 능력 이상을 생활 속에 쏟아붓는 현실적 단면은 한마디로 비참하고 비굴하다.  이런 사회적 병폐를 과감히 고치겠다는 헛된 정의보다 함께 더불어 이웃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 공동체로써 나누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우리들은 삶 위해 차 한 잔 마시는 여유와 능력을 스스로 충전하도록 권유하는 이유는 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긴장완화 등 탁월한 효과로 아름다운 분위기 조성과 행복한 삶의 능력을 축적하는 엔돌핀기 때문이다.
 

김기원  kkw55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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