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함안에 오일장이 설때마다 엄마손을 잡고 시장을 구경하러 다녔다.
찹쌀을 파는 할아버지, 고등어를 파는 아줌마를 보면 '할아버지가 찹쌀을 만들어오고, 아줌마가 고등어를 잡아와서 파는구나'라는 어린 생각을 하며 가끔은 시장의 원리를 배우기도 했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재래시장은 엄마를 졸라 맛있는 간식거리를 사 먹을 수 있는 곳이었고, 사람 붐비는 곳에서 생활 속의 특별한 재미거리를 찾는 곳이었다. 
그러나 요즘 어린아이들은 삐까뻔쩍한 대형마트에서 쌀을 재배하고, 고등어가 잡히는줄 안다고 한다.

하긴 대형마트를 가면 없는 게 없으니 어린이의 눈엔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다. 대형마트는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그대로 담았고, 친절한 서비스는 나무랄데가 없다. 그러나 아무렴 재래시장의 사람사는 맛은 따라올 수 없다.

창원시로 통합이 된 진해에는 오래된 재래시장, 경화시장이 있다. 3일과 8일이 오일장으로 싱싱한 먹을거리, 값싼 옷가지와 악세서리 등 다양한 구경거리들로 가득하다.
재래시장답게 여기저기서 재미와 활기가 넘쳐난다.

2개에 4천원은 3개에 5천원으로 흥정은 물론이요, 재미난 입담을 가진 아저씨가 파는 악세서리 노점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구수한 사투리와 넉넉한 인심은 재래시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이다. 

상인들이 죽 늘어서있는 시장의 골목 골목을 살펴보는 것도진해 경화시장의 즐거움 중 하나다.
원조 50년 국밥가게들부터 시작해 오랜 전통의 국수가게가 들어서있는 먹을거리 골목이 대표적이다.
오일장만 되면, 앉을 곳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으로 아주 인기가 좋다.

간식거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물론, 재래시장의 매력 중 하나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핫도그나 도너츠, 따끈한 팥빵, 갓 구워낸 뻥튀기, 냉커피 등등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가까운 우리지역에서 생산, 재배되는 먹을거리를 주로 팔기 때문에 긴 수송, 배송 중에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방부제 첨가를 줄일 수 있어 좀더 건강하고 신선한 먹을 거리를 구매할 수 있다.  
농수산물 뿐만 아니라 여러 생활품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싸게 팔리기도 했다.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다보니, 오랜만에 거닐어보는 재래시장의 거리가 아주 색달랐다. 삼삼오오 모여 다함께 식사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참 정겹고, '이렇게 싸게 팔아도 되요?' 할 정도로 값싼 재래시장의 여러 물품들, 이제 막 제철이 된 형형색색 과일들.

 대형마트를 앞에 두고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던 진해의 경화시장.  없는 건 빼고 다 있다는 재래시장의 인심과 푸근함이 매우 정겨웠던 하루였다. 사실, 바쁘게 살다보면 재래시장 이용보다는 집 앞 가까이 있는 대형마트를 찾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가끔씩은 활기찬 재래시장을 찾아 보는 것도 참 괜찮은 같다. 

이번 주말은, 우리 집과 가까운 시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가까이 하고 있는 컴퓨터와 기계들의 편리함은 없지만 마음은 왠지 모르게 풍요로울 것이다.  <김윤영 시민기자>

김윤영  specialsso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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