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남데일리

누구나 어릴적 엄마 손을 붙잡고 시장에서 한바퀴 장을 본 후, 지친 다리를 이끌고 시장 한 편에 자리한 분식집 기다란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허기진 배를 달래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빠알간 떡볶이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 뽀얀 국물의 칼국수와 참기름으로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김밥, 바사삭 소리내며 입 안에서 부서지는 튀김. 주름진 할머니의 손을 따라 내어지는 그 정겨운 맛이란!

조선시대 말부터 자리했다는 부림시장은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먹자골목을 빠트리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터.

1970년대 마산자유수출지역과 한일합섬 등으로 마산에 젊은층이 유입되면서 부림시장도 덩달아 성행했었다. 인근에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이 이곳으로 쇼핑을 왔다가 먹자골목에서 삼삼오오 모여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시장마다 명물이 있듯이 부림시장 먹자골목은 그 유명한 6.25떡볶이는 말할 것도 없고, 잡채밥, 비빔당면, 꼬마김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잡채밥은 꼬들꼬들한 면, 통깨 가득 얹어진 비주얼에 푸짐한 양까지 적은 돈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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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골목 안에 자리한 여러 가게 중 한군데에 골라 앉아 국수(3천 원)와 비빔국수(3천5백 원), 김밥 두 줄(3천 원)을 시킨다. 이렇게 시켜도 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짐한 양에 시금치와 통깨가 한 가득 뿌려진 국수와 역시 재료가 가득 들어 통통하고 고소한 김밥이 나온다.

시어머니에게서 가게를 물려받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우리할매집' 전외문(64) 씨는 "가게가 생긴지 40년이 넘었다. 젊을 때 시집와서 일을 시작했는데 나도 벌써 할매가 되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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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말대로 가게를 휘둘러보니 한 눈에 봐도 무척 오래된듯한 낡은 선풍기와 잔뜩 찌그러진 물주전자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렵던 시절, 이곳 부림시장은 가벼운 주머니로 나와도 배는 무겁게 채울 수 있었기에 늘 사람들로 붐볐다. 세월은 흘러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도 많이 떠났지만, 그 인심과 추억은 여전히 남아 나이먹은 주전자처럼 세월을 먹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 32 부림시장 C동 1층

김혜인 기자  hyein8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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