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
"VIVID"
칵테일을 제조하는 피아노를 발명해 부자가 된 콜랭과 당대 최고의 철학가 장 솔 파르트르에게 빠진 그의 절친 시크. 두 사람은 우연히 클로에와 알리즈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PASTEL"
서툴지만 진실된 고백으로 클로에와 결혼에 성공한 콜랭. 반면 시크는 알리즈와 함께 파르트르의 강연에 다니고, 그의 물건을 수집하는 등 값비싼 열정을 이어간다.
 
"MONO"
그러던 어느 날, 콜랭은 클로에의 폐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고, 치료를 위해 전재산을 바치기에 이른다. 한편, 시크는 콜랭이 결혼자금으로 건넨 돈마저 파르트르 물건 수집에 모두 써버리고, 이런 그에게 알리즈는 점점 지쳐간다.
 
"COLORLESS"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난생 처음 험난한 노동을 시작한 콜랭과 우상에 미쳐 사랑을 등진 시크. 마침내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환상은 색을 점점 잃어가는데…

[네이버 영화 줄거리]

'이터널 선샤인'을 연출한 미셸 공드리 감독은 영화에서 색깔로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2014년 개봉한 '무드인디고'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러한 성향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드 인디고'는 프랑스 초현실주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보리스 비앙의 소설 '세월의 거품(1947)'이 원작으로, 한 연인이 사랑에 처음 빠지고, 관계가 깊어가고, 현실에 부딪혀 아픔을 겪게 되는, 마치 한 편의 인생 같은 이야기를 9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녹여냈다.

초현실주의 소설이 원작인 만큼 이 영화에서 오드리 감독의 상상력은 폭발한다. 말하는 애완 쥐와 하인과 함께 살고 있는 사업가 콜랭(로망 뒤리스)은 사랑스러운 여인 클로에(오드리 토투)에게 푹 빠진다. 이들은 한창때의 연인이 그러하듯 달콤한 사랑을 마음껏 만끽하지만, 클로에의 폐 속에 수련이 자라게 되는 병이 생기면서 콜랭은 이를 고치기 위해 재산을 탕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묘사들이 매우 독특하다. 말하는 생쥐와 기어다니는 초인종과 같은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소품은 물론, 이곳 인물들은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대신 그릇째로 버려 버린다. 피아노를 치면 음높이와 크기, 선율에 따라 매번 다른 맛이 만들어지는 칵테일도 매우 매력적이다.

콜랭과 클로에가 첫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선 구름처럼 생긴 놀이기구를 타고 파리의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마치 처음 사랑에 빠진 연인이 구름 속을 걷는 듯한 기분임을 잘 표현했다. 클로에의 병을 폐 속에 '수련'이 자라나는 것으로 묘사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매일 화려한 꽃을 사다놓는 설정도 특이하다.

처음 사랑에 빠질 때는 화려한 비비드, 결혼에 골인하며 안정된 생활을 이어나갈 때는 파스텔, 클로에의 병이 생겼을 때는 모노, 인물들의 아픔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흑백으로 표현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사실 영화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전작인 '이터널 선샤인'에 비해 스토리는 매우 단조롭지만 대신 시각적 볼거리는 매우 풍부해졌다. 이러한 상상력 가득한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비주얼 아티스트'라는 감독의 별명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초현실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특이한 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상상력 가득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추천할 만하다.

김혜인 기자  hyein8814@naver.com

<저작권자 © 경남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