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판매원으로서 하루하루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숀은 이제 30살이 얼마 남지 않은 29살의 청년이다. DJ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숀은 추억의 레코드 판을 수집하며 꿈을 접고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도 못하고 삶의 목표도 없는 숀의 일상은 지루하고 괴롭기만 하다.

삶의 유일한 기쁨은 매력적이고 지적인 동갑내기 여자 친구인 리즈와 엄마 뿐이다. 그런데, 급기야 3년이나 사귀던 여자친구 리즈에게 실연을 당하고, 숀은 큰 상심에 빠진다. 괴로운 마음에 술을 청하고, 술에서 깨어난 다음날 아침, 영국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 하루 아침에 끔찍한 악몽 같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상은 온통 사람들을 먹어치우는 `움직이는 시체` 좀비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고, 심지어 숀의 집 뒤뜰에도 이들이 침입한다. 자다 일어난 상황에 좀비들과 맞닥뜨리게 된 숀은 살아 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좀비에 맞서 싸우게 된다. 백수인 죽마고우, 애드의 도움을 받은 숀은 사랑하는 엄마 바바라와 여자친구 리즈를 좀비 들로부터 구해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이들은 유명한 영웅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청년들이다. 이들에겐 총도 없고, 어마어마한 무기도 없는데 숀과 에드는 어떻게 좀비를 이겨낼 수 있을까....

[네이버 영화 줄거리]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는 좀비물과 코미디를 아우르는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에 호러 장르를 결합한 이야기와 감각적 연출, 수많은 패러디로 최고의 좀비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뜨거운 녀석들(2007)', '지구가 끝장나는 날(2013)'과 함께 이 3개 영화는 '코네토 트릴로지'라 불리우는데, 이는 감독 에드가 라이트와 배우 사이먼 페그, 닉 프로스트가 주연을 맡은 3부작 영화로 영국 및 전 세계적으로 매니아를 형성했었다.

에드가 라이트는 최근 작품인 '베이비 드라이버(2017)'에서 또 한번 자신만의 개성 있고 감각 넘치는 연출력을 인정 받은 감독이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거대한 뮤직플레이어를 틀어놓은 것 같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음악과 액션을 기가 막히게 조합해 찬사를 들은 작품이다. 이러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연출력은 첫 장편영화인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숀(사이먼 페그)은 전자제품 판매원으로 일하지만 삶의 목표가 없고, 그에게 있어 유일한 낙은 여자친구 리즈뿐이다. 하지만 늘상 같은 술집에서 시시한 친구들과 함께 지루한 데이트를 하려는 숀에게 리즈는 실망을 하고 이별을 고한다. 실연에 슬퍼하던 숀, 그 와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좀비가 출현하게 되고 숀은 죽마고우 애드(닉 프로스트)와 함께 리즈와 엄마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숀은 다른 좀비물처럼 세계를 구한다는 거창한 이유나, 가족을 구하기 위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히어로 주인공은 아니다. 숀이 이 위기를 타개하려는 방법은 리즈, 엄마, 친구들과 함께 본인의 단골술집인 '윈체스터'로 가서 숨는 것. 그 과정이 너무나 허술하고 코믹해 보는 내내 실소를 유발한다.

앞마당에 들어온 좀비를 죽여야할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소장한 LP판 중 버려도 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골라가며 좀비에게 던지거나, 'Queen' 노래에 맞춰 좀비들을 때려 죽이는 모습 등 에드가 라이트 감독만의 유머가 돋보인다.

영화 초반부에 길에서, 버스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힘 없이 축 처져 멍 때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해 좀비가 된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걷거나 입을 벌리고 멍하게 앉아 있어도 주인공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일상에 찌들린 현대인들의 모습이 좀비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감독이 꼬집은 듯하다.

개봉 당시 평단의 반응도 좋았다. 작가 스티븐 킹은 "재미 점수 10점 만점에 10점으로, 컬트 고전의 반열에 오를 작품"이라고 극찬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1992년 이후 개봉한 최고의 영화 20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좀비물과 코미디의 이색 조합에, 화려한 액션은 아니지만 재기 넘치는 유머코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만약 '새벽의 황당한 저주' 식의 유머가 취향에 맞다면 시리즈인 '뜨거운 녀석들'과 '지구가 끝장나는 날'도 추천한다.

김혜인 기자  hyein8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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