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마산 창신대학 대강당 출입구에는 전동휠체어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동휠체어에는 조금은 어눌하고 불편해 보이는 그가 있다.

그를 본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지만 말 한마디조차 해보지 못했다.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옆을 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불편한 기색 없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윤종훈 씨.

종훈씨, 자기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올해 30살, 이름은 윤종훈.
지금은 창신대학 사회복지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예요.

주로 생활하시는 곳은 어디세요?

경남 대학교 근처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어요.

몸이 불편하신 건 언제부터였나요?

초등학교 4학년(11살)때 집 앞에서 놀다가 무면허 승합차에 치였어요.
사고 이후 49일을 혼수상태로 있다가 극적으로 깨어났죠. 제가 살 운명이었나봐요.
하지만 저에게 남겨진 것은 1년간의 병원생활과 장애라는 불편함뿐이었죠.

입학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학교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요?

사고 이후에 검정고시(중, 고등)도 보고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해봤지만 , 혼자 독립해서 생활해보니 사회복지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비장애인들은 알지 못하지만 장애인들은 사회 복지로 인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평상시 교통수단은요?

주로 장애인 휠체어 콜택시를 이용해요.
그런데 보통 학교에 올 때는 하루 전날에 미리 예약을 해서 편하게 오지만 집으로 갈 때는 전화하고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리프트 차량이지만 이용대상이 노약자, 임산부도 포함되어 있으니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해요. 제도 도입 초기에도 이런 사유로 장애인 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리프트 차량은 장애인 전용으로 이용하고 노약자, 임산부는 일반 택시를 개조해서 이용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장애인 휠체어 택시는 2008년도부터 운행되었고, 경남지역(대표번호) 1566-4488 이다.

휠체어 이동이 편리한 리프트 전용차로써 65세 이상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이면 누구든지 이용가능하다. 요금의 경우 국가의 보조를 받을 경우 창원 시내는 2천원, 시외는 일반 시외버스의 두 배 요금으로 일반 택시에 비하면 저렴하다. 지금 현재 통합 창원시에 40여대, 운행시스템은 용역(영업용 택시회사)으로 정부지원이 되고 있다.

학교생활은 어떠세요?

학교에서는 보통 점심을 먹어요. 과대표가 직접 도시락을 싸와서 강의실에서 같이 먹는데 그것이 하루 중 유일한 식사죠. 제가 한 끼 식사를 한다고 하면 놀라시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두 끼, 세끼씩 먹으면 몸이 거북하고 오히려 움직이기가 불편해요.
그리고 수업은 휠체어에 앉아서 듣고 필기는 과대표가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때로는 교수님께 수업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도 해요. 덕분에 1학기 때 좋은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게 되었어요.

장학금 받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시는데 졸업 후의 계획은 있으세요?

원래는 사회 복지사 자격증만 취득하려고 했는데 공부하다보니 꽤 재밌어서 편입 할 계획이에요. 경상대, 진주 국제대학교, 나사렛대학(천안)을 염려해두고 있는데 아직까지 결정을 못 내렸어요. 그런데 나사렛대학은 거리는 멀지만 장애인 정책 쪽에 유명한 교수님도 계시고, 장애인 복지 쪽으로는 제일 잘 된 학교라서 욕심이 나요.

시간 있을 때 주로 뭐하세요?

글 쓰는 걸 좋아해요.
틈틈이 수필이나 시를 쓰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 솟대문학에 시2편을 제출했어요.
‘솟대문학’은 장애인대상 문인협회인데 앞으로 1편만 더 통과되면 등단도 할 수 있어요. 굳이 작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마지막 1편도 시적 영감이 찾아온다면 도전해 볼 생각이에요.

그럼 직접 쓰신 시 한편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부끄럽지만 ‘은방울 꽃’ 이라는 시를 소개해드릴께요.

                     은방울 꽃

        은방울꽃의 꽃말을 아시나요?
        ‘틀림없이 행복해 질 것 입니다.’ 랍니다
        은방울꽃을 닮은 당신
        당신은 반드시 행복해 질 것 입니다
        비록, 지금 견딜 수 없는 슬픔과 무력감이
        당신의 영혼을 짓누른다 할지라도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은방울꽃이니까요
        틀림없이 행복해질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혼자 독립해서 생활해보니 처음에는 모든 것이 행복했어요. 혼자서 눕는 것도 처음해보고, 일어나는 것도 처음해보고, 밥하는 것도 처음해보고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내 의지로 살 수 있는 것이 행복했어요. 좀 더 넓은 세상을 느끼고 보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대학이라는 곳에 올 수 있게 되었어요.
 

대학에 오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좀 더 행복해 질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쉽지 만은 않아요. 사람들의 시선, 특히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그런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는 저를 더욱 힘들게 해요. 다른 사람들도 다가오기 힘들지만 저도 다가가기 힘든 마음의 벽이 생긴 것 같아요.

점자는 한번 쓰면 지울 수 없어 처음부터 다시 쓰거나, 잘못된 부분을 틀렸다는 표시를 할 뿐 지우진 못한다고 한다. 우리의 시간도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필자는 윤종훈씨와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얻게 된 것에 감사한줄 모르고, 오히려 부족한 것에 대한 불평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진 않은지 반성하게 되었다. 불평만 하고 살기에는 아까운 세상, 지금부터라도 한 순간 한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더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살맛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민서 시민기자>

김민서  jjjj23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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